"한 번 찍히면 죽을 수 없다" 백남준 현재와 소통하다
백남준 탄생 90년 기념 '백남준을 기억하는 방법'
슉·버터컵·양빈·장서원·예니코이 등 재해석 소통
'실제 물고기/생방송 물고기'는 백남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실제 물고기를 넣어둔 텔레비전과 녹화된 물고기 영상이 재생되는 텔레비전 두 대를 CCTV로 동시 촬영해 상영했다. 슉은 오묘한 구도를 가상공간에 옮겨놓았다. 텔레비전 안팎에 존재하는 물고기와 그걸 촬영하는 카메라로 실제와 가상의 모호한 경계를 가리켰다. 버터컵은 "비디오에 한 번 찍히면 죽을 수 없다"고 했던 백남준의 예술관에 주목했다. 메타버스에 물고기를 배치하고 가상공간을 재생해 비디오에 찍힌 이미지를 영원한 현재와 연결했다.
백남준이 매체 실험으로 확장한 예술세계를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전시가 펼쳐진다. 서울디자인재단이 백남준 탄생 90년을 기념해 오는 19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하는 '백남준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슉, 버터컵, 양빈, 장서원, 예니코이 등 미디어 아티스트 다섯 명이 살림터 1층 D-숲 앞에 설치된 투명 미디어월에서 백남준의 작품을 오마주한 영상을 선보인다. 하나같이 백남준이 상징적 사건을 재구성해 현재와 소통한 방식에 주목했다.
장서원과 양빈은 백남준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을 통해 보여준 생방송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새로운 시각으로 인용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 그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작품이다. 장서원은 더 나아가 미디어의 긍정적 면을 부각했다. 메타버스를 디지털 꽃으로 가득 채워 밝은 미래상을 표현했다. 양빈은 수신자를 오웰에서 백남준으로 바꿨다. 백남준의 여러 작품을 콜라주해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체한다"던 예견이 틀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예니코는 백남준의 예술관을 빌려 '무한 신육형(개화 뒤에도 줄기의 길이 생장을 계속하는 식물 유형)'을 제작했다. 기계 문명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상호 모순적 세계관에 주목해 미디어와 자연을 동시에 설명하는 키워드를 발굴했다. '다채로운 색감', '자유롭고 유연한 형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지속적 생생함' 등이다. 무한 신육형처럼 기하학적으로 생장하는 미디어와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모든 작품은 투명 OLED를 통해 나타난다. 서울디자인재단이 LG전자와 협력해 구축한 대형 비디오 패널이다. 55인치 패널 여덟 대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 크기는 가로 4.9m, 세로 1.6m다. 이경돈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투명 미디어월뿐만 아니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다양한 실내외 공간에서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기량을 마음껏 펼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