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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서울에서 살고 있다.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자랐다. 그리고 세쌍둥이 중 둘째다. 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닌, 혼혈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십 년간 살아왔다.”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민음사) 저자 라파엘 라시드의 자기소개다. 그가 한국에 온 건 이른바 ‘벤토’라 불린 한국도시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릴 적 런던 중심가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먹었던 “달콤하게 양념한 소고기와 빨갛게 절인 배추”가 계기가 됐다. 호감이 갔다. 그렇게 남북한을 구별 못해 ‘가난하고 핵무기를 보유한 위험한 나라’에 가지 말라는 주변의 만류를 뚫고 한국을 여행했고, 이후 (반)정착했다.

저자는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사회에 관한 인상을 전한다. 그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자크 라캉의 말을 빌려 한국사회를 표현한다. 모두가 같거나 비슷한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질이 다를 텐데 유사한 목표로 돌진하는 무한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생경했다. 봉사활동마저 스펙의 일부인 상황이 당황스러웠고, 그런 의미에서 ‘태교’라는 말도 어색했다. 스펙 쌓기가 배 속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서.


결혼식 문화도 낯설었다. 한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초대받은 결혼식. 친한 소수에 들어간, “무척 영광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양복까지 사 입고 갔다. “하루 동안 즐기고 축하를 나눌 줄 알았다.” 하지만 현장에는 이미 수백명의 인파가 자리했다. 입구에서는 축의금 확인이 한창이었고, 예식은 30분 만에 끝이 났다. “하나의 퍼포먼스”였고 “효율성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줬다.”

직장 내 한국식 평준화도 낯설었다. 위계 탈피를 위해 사용하는 영문명 뒤에 직급 약자를 붙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업무 메일에 친근하게(?) 부장을 호명했다가 “사내 메신저는 불이 났다.” 그뿐 아니다. 칼퇴를 기대했던 금요일 오후 5시 55분에 날아든 “오늘 밤까지 마무리해주세요”라는 업무 지시에 분노하기도 하고, “좋은 데 가자”는 상사의 제안에 도착한 룸살롱에 당황하기도 했다. ‘좋은 데’가 그 곳(?)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퇴사하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하지만 언론계도 낯설긴 마찬가지였다. 실명이 아닌 ‘관계자에 따르면’이란 기사가 넘쳐났고. 출처 불명확한 사안에 ‘화제’, ‘갈등’, ‘분노 폭발’ 등의 제목으로 논란이 아닐 수 있는 일에 언론이 나서 논란을 생산했다. 과거 어느 국회의원의 원피스 복장 출근을 뉴스로 다루고, 또 해당 의원을 모욕하는 막말 댓글을 “따옴표”로 헤드라인에 전하는 기사도 “놀라웠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험으로 본 펭수의 인기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기 관리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비만”이며,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무성”이고,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에 “싸가지가 없고”, “스펙이 부족”하니까. 그러면서 저자는 실제 경험한 관계 일화를 상세하게 나열하며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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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이미 사회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점을 짚어내는 부분이 많다. 다만 책 제목처럼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에 관한 지적도 적지 않다. 이미 아는 문제도 이방인의 지적이라 더욱 따갑게 느껴진다. 익숙해서 간과되는, 몰라서 방치됐던 문제들을 짚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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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 라파엘 라시드 지음 | 허원민 옮김 | 민음사 | 164쪽 | 1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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