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번복 사태까지 겹쳐 논란
'경찰 길들이기', '졸속인사' 비판
김창룡 경찰청장 출근길 유구무언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등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을 발표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호남 기자 munonam@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등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을 발표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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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21일 단행된 경찰 치안감 보직 내정 인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직후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당일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권고안 발표와 맞물려 '경찰 길들이기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행안부의 요구로 인사 발표 2시간여 만에 일부 대상자 보직이 번복되면서 졸속 인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경찰청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장관은 전날 오후 5시20분께 미국 조지아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경찰 치안감 보직 내정 인사는 이 장관 귀국 뒤 2시간도 안 된 오후 7시15분께 발표됐다. 인사 내용은 기존 치안감 승진 내정자였던 김수영 경기 분당경찰서장 등 10명을 포함한 치안감 28명에 대한 보직 인사였다. 이날은 행안부 자문위가 경찰국(가칭)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경찰 통제 권고안을 발표한 날이었다. 자문위 권고안 발표 직후 대대적인 경찰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 서열 3번째에 해당하는 치안감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당초 해당 인사는 이르면 이날, 또는 23일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총경 이상 고위 경찰 공무원에 대한 인사 제청권이 있는 이 장관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뒤, 단행 및 발표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인사는 이 장관 귀국 당일, 그것도 경찰 통제 권고안이 발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단행됐다. 경찰 안팎에서는 해당 인사에 대해 "경찰 통제 방안에 토 달지 말고 복종하라는 뜻"이냐는 불만 섞인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인사는 최초 발표 2시간여 만인 오후 9시30분께 대상자 7명이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는 최초 인사 명단에 없던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 차장은 과거 경찰인재개발원장으로 재임시 경찰골프장 예약 특혜를 누렸다는 사실이 자체 감사 결과 확인돼 징계위에 회부된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서 좌천성 인사가 유력했다. 초유의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을 무시하는 졸속 인사'란 비난이 제기됐다.

경찰청은 기자단을 상대로 한 해명에서 "협의 과정에서 여러 버전의 인사 명단이 있는데 실무자가 최종 버전이 아닌 중간 버전을 올리고 나서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행안부를 의식한듯 "행안부가 관여한 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이었던 걸로 들통났다. 사건이 커지자 경찰청은 추가 설명을 내놓으면서 “행안부에서 최종본이라고 온 것을 통보받아 내부망에 게시한 것인데, 행안부에서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안이 최종본이라며 수정을 요청했다”고 해명을 번복했다. 결국 경찰 실무자의 실수가 아니라 행안부의 수정 요구로 인사가 번복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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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찰 수장인 김창룡 경찰청장은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이와 관련해 "명단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보고는 받았다"면서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청장의 유구무언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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