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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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주로 가는 문(門)이 열렸다."


대한민국이 독자 제작한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2차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21일 1차 발사 때 완벽한 비행에도 위성 모사체 궤도 진입엔 실패해 미완에 그쳤던 아쉬움을 날린 쾌거였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7대 우주 강국'에 이름을 올렸다. 1t급 이상 실용 위성을 우주에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돼 본격적인 우주 개척의 수단을 갖게 된 것이다.

◇ 누리호, 우주개척 시대 필수 아이템

과거 냉전 시대엔 미국과 소련이 로켓 개발, 위성 발사, 달 탐사 경쟁에 나섰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SBM) 무기 기술 개발과 첩보ㆍ통신 등 국방ㆍ안보 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미국이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 최초 유인 달 착륙 탐사까지 실시했지만 손에 쥔 것은 없었다. 2000년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첨단 기술을 동원해 우주 개척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얻겠다는 민간기업체들이 대거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구의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 등도 우주 개척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미국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달 탐사, 기지 건설, 터미널(루나게이트웨이) 구축 등에 나선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맞서 공동 달 탐사, 우주정거장 건설 등으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별 입지가 없었다. 1990년대 시작된 자체 위성 개발로 통신ㆍ관측 위성 제작 기술은 인정받았지만 국제적 우주 개발 협력 체제에서 독자적 우주 발사체가 없는 국가의 위치는 그만큼 좁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기술에 우주가 필수적인 영역으로 포함되면서 각국의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차세대 이동 통신 기술인 6G, 자율주행차, 무인 드론ㆍ로봇 택배, 도심항공교통(UAM), 우주인터넷 등에는 초고속 통신ㆍ인터넷 위성과 위성항법시스템(GPS) 등 우주가 빠지면 사실상 구현이 불가능하다. 스페이스X의 우주인터넷망인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상망을 대체해 대(對)러시아 공격에 활용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제 첨단 기술ㆍ산업 구축과 국가 안보를 위해선 자국의 발사체로 원하는 시기ㆍ규모만큼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가 됐다. 또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보 획득ㆍ기후 관측 등 환경 차원이나 자원ㆍ농어업ㆍ국토 관리 등을 위해서도 위성이 적극 활용되는 시대다. 뿐만 아니라 우주쓰레기ㆍ소행성 등의 위협에 대처하고 적대국의 우주에서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 국가 안보상 수요도 제기되고 있다. 우주태양광발전소를 통한 에너지 확보, 우주 광물 탐사ㆍ채굴ㆍ수송, 달ㆍ화성 개척을 통한 인류의 근거지 확대 등도 적극 추진되면서 우주 개발 수단 확보의 근거가 되고 있다.

우주발사체를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전세계적으로도 9개국 뿐이었다.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이다. 이중 이스라엘과 이란, 북한은 화물 수송 능력(페이로드)이 300㎏ 이하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누리호의 성공으로 1.5t의 페이로드를 확보해 세계 7번째로 1t급 이상 실용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가 됐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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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30년만의 '국산기술' 쾌거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과학로켓 시리즈나 나로호 개발 등 30여년간 발사체 기술 및 경험을 획득해 이를 기반으로 누리호를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1993년 10월 1단형 고체과학로켓인 KSR-I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고, 1998년 6월엔 2단형 고체 과학로켓 KSR-II이 성공 발사됐다. 2003년 2월에는 최초의 액체추진 과학로켓인 KSR-III을 성공시켰다. 우리나라는 특히 2013년 4월 나로호(KSLV-I)를 성공 발사하면서 발사체 기술을 급진전시킬 수 있었다. 나로호는 2009년 8월, 2010년 6월 두 차례 실패한 끝에 3차 발사에서 가까스로 성공했다. 1단부 엔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고, 2단부만 자체 개발한 7t급 엔진을 사용해 진정한 한국형 발사체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로 2005년 30t급 액체 엔진을 자체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10년부터 75t급 액체 엔진 개발을 시작해 2018년 11월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기술을 확보했다. 이렇뵣 개발된 75t 액체 엔진은 누리호 1단부에 4개가 묶여 총 300t의 추력을 낸다. 2단부에도 1개가 사용된다. 이미 지난해 10월21일 1차 발사 때 1단부, 2단부 모두 정상 가동해 신뢰도를 높힌 상태다. 누리호의 2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1993년부터 시작된 우주 발사체 개발의 역사를 30년 만에 화룡점정(畵龍點睛)하게 됐다. 특히 엔진 뿐만 아니라 추진제 탱크, 페어링 분리, 발사대 구축ㆍ운용 기술 등 우주발사체 개발의 A부터 Z까지 모든 기술을 KARI와 300여개 민간 업체들이 자체 연구ㆍ개발해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전세계적으로 우주발사체를 국산 기술로 자체 개발한 국가는 거의 없다. 러시아, 미국도 초창기 독일의 V2로켓 기술을 획득해 참고했다. 중국ㆍ일본 등 후발 주자들은 미ㆍ러의 기술을 거의 이전받다시피해 자체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누리호 개발에는 우여 곡절도 많았다. '전작'이었던 나로호의 잇단 실패로 싸늘해진 안팎의 시선 속에서 2010년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초창기 액체 로켓 엔진 개발 유경험자가 한명도 없어 비슷한 유형인 항공기 가스터빈 엔진 개발 경험자를 주축으로 외국 도서관과 박물관을 뒤져 기초 기술을 확보했다. 가장 핵심 부품인 터보 펌프 개발이 특히 난항이었다. 수백개의 밸브를 정밀하게 콘트롤해 연료와 추진제를 골고루 정확하게 배분하는 초정밀 기술이 필요했다. 2007년 폭발 사고까지 발생하는 등 난항을 겪었지만 2008년 결국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75t급 액체 엔진으로 스케일업한 후에도 고비가 많았다. 특히 2017년 초부터 약 6개월간 불안전 연소 현상이 발생해 엔진 떨림이 강해지는 바람에 연구진들이 수차례 설계를 바꾸고 부품을 교체해 연료ㆍ산화제 배합 비율을 바꿔 실험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75t급 엔진 4개를 하나로 묶어 1단부 추진체를 만드는 일도 어려웠다. 이같은 '클리스터링(clustering)' 기술은 엔진 4개가 정확히 정렬돼 있고 똑같은 힘을 내야 로켓이 목표한 경로로 비행할 수 있다. 말이 쉽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정교한 설계ㆍ정교한 실험 등 우주발사체 개발의 가장 큰 고비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0월21일 1차 발사가 '미완의 성공'에 그치기도 했다. 당시 1, 2단 엔진이 정상 가동되고 각 단ㆍ페어링 분리 등 모든 비행이 정상진행됐다. 3단의 7t급 액체 엔진이 목표된 521초간 연소하지 못하고 475초 만에 조기(46초) 종료된 것이 문제였다. 이로 인해 목표인 700km 고도에 도달하고도 초속 7.5km의 속도를 유지하지 못해 1.5t급 위성 모사체의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KARI 등 기술진들은 조사에 나서 3단 엔진의 헬륨 탱크 고정 장치가 풀리면서 산화제 탱크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헬륨 탱크 하부 고정부를 보강하고 산화제 탱크 맨홀덮개의 두께를 강화하는 등 기술적 보완 조치가 시행됐다.


이번 2차 발사도 당초 지난 15일 발사 예정됐지만 강풍으로 16일 연기됐다가 센서 이상 발견으로 21일로 재차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15일 점검 과정에서 1단부 산화제 탱크 충전량 계측 센서 이상이 발견됐고, 발사대에 올려져 있던 누리호는 당일 내려져 조립동으로 이송돼 긴급 점검을 받았다. 다행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1, 2단 분리없이 센서 핵심 부품 교체로 문제가 해결됐고, 이날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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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발사, 다른 점은?

실제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최초로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차 발사 때는 만약의 위험을 고려해 위성 모사체만 탑재했었지만 이번엔 실제로 작동하는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가 동시에 누리호에 실려 700km 궤도에 안착했다. 성능검증위성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달탐사용 발열전지, 우주선ㆍ위성의 핵심 부품인 고속 자세제어용 구동기ㆍ우주 통신용 안테나ㆍ비디오 촬영 및 전송 장치 등이 장착돼 실험 및 기술 검증에 들어간다. 또 조선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KAIST) 등이 개발한 4개의 큐브 위성들이 성능검증위성 내에 탑재돼 있다가 궤도 안착 이틀 후부터 1개씩 순차적으로 사출돼 궤도에서 활동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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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는 '마중물'

2조원짜리 누리호 사업은 일단 이번 2차 발사로 마무리 되지만 한국의 독자적 우주 개척을 위한 초석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누리호 발사체의 성능을 계속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한편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4차례 더 발사할 예정이다. 2023년에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탑재해 궤도에 올리는 임무를 띤다. 2024년, 2026년, 2027년에도 각각 반복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검증하고 초소형 위성 1호기 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또 약 3조원을 추가 투자해 차세대 발사체 개발도 진행할 계획이다. 누리호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국제 우주 발사체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고 달, 화성, 소행성 탐사 등 심우주 개척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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