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위기 인식 ↑ 대응방안 마련 릴레이 회의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문채석 기자, 차민영 기자]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20일 삼성 사장단회의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발언)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시장 환경에 따라 사업 전략을 수정 중이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공급망 불안 심화,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몰고 올 수요 둔화, 이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recession)가 우려되는 ‘R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기업들이 받는 타격이 예상보다 크고 장기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저가’ 삼성전자 비상경영 돌입…재계, 기업전략 다시 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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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 나선 재계

21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릴레이’ 대응전략 회의가 한창이다.

삼성은 전날 열린 전자 및 전자 계열사 사장단회의에 이어 이날부터 진행되는 글로벌전략회의를 통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점검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해 실행해 나갈 예정이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것이다. IT 부품업체들에 비해 인플레이션에 부정적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는 LG전자도 2분기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전환할 것이란 우려 속에 한 달여간 전략보고회를 진행 중이다. 유가 상승, 글로벌 물류비용 증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을 타개할 방안 마련에 나섰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현재의 사업 모델을 탈출하는 방식의 과감한 경영 활동에 나설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다음달부터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하반기 경영환경을 전망하고 이에따른 전략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2019년부터 권역별 현안 보고를 받고 당부 사항만 전달해온 정 회장이 직접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원자재 가격인상,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산재한 위기사항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악화일로에 빠진 경영 환경 극복을 위해 일제히 생존 전략 점검에 나섰지만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리와 환율 급등 충격이 하반기 기업 경영에 본격 반영될 예정인 데다 치솟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부담에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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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잇단 경영진 대응회의

주식시장에서 6만원대가 붕괴돼 ‘위기의 5만전자’로 불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며 잇단 대응 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7~18일 유럽 출장길에서 돌아온 후 첫 출근일인 20일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 경영진 25명이 모인 가운데 긴급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 21일부터는 IT·모바일과 소비자가전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서, 27~29일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서 상반기 전략회의가 열린다.


공식적인 삼성 사장단 회의 소집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출장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發) 공급망 위기 및 시장의 혼돈, 산업계 빠른 기술 변화,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 직후 긴급 소집된 터라 경영진의 위기인식 공유 및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 대응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사실상 삼성이 위기를 인식하고 미래 기술 개발 및 선점을 위한 경영에 돌입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의는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 주재로 진행됐으며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 8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 사장단은 삼성이 마주하고 있는 시장 환경인 인플레이션, 공급망 충격, IT제품 수요 급감 등 글로벌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한편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개발, 공급망 안정성 강화 등의 대책을 폭넓게 논의했다. 특히, 사장단은 ‘차세대 기술 개발’ 관련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사장단의 논의 내용은 이날부터 각 사업부문별로 열리는 삼성전자 글로벌전략회의에서 바통을 이어받는다. 회의에는 본사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 총 240여명(DX 140여명, DS 1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교란, 경기침체 등으로 가전·모바일 제품 판매 타격과 생산라인이 탄력 운용되는 상황까지 직면한 DX부문에서는 글로벌 법인들의 애로사항, 대응전략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MX 부문에서는 내부 리스크 점검과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출시 막바지 준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력’ 강조 핵심 분야인 DS 부문에서는 하반기 변화된 반도체 시장 점검 및 전망, 텍사스주 테일러시 제2 파운드리(위탁생산) 및 평택 캠퍼스 3공장 설비투자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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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전자’로 추락…흐려진 미래 전망

삼성의 위기는 주식시장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7일 5만원대로 떨어진 뒤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 중이다. 전날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5만8100원까지 밀렸고, 이날 5만8500원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텔 차세대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인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지연 같은 악재가 겹쳤다고 진단했다. 특히 세트 제품 판매 감소, 반도체 수급 악화 등 삼성전자 사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들이 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도 낮은편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6개월 목표주가를 9만1000원에서 8만2500원으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63조3460억원에서 58조7080억원으로 각각 낮춰잡았다. 노 센터장은 "현재 반도체 장비 수급난이 심각한 상황이고 2분기 이후에도 수급난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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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와 경쟁 중인 삼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이 내년 하반기에야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인 LSI·파운드리 부문에 대해 "3나노미터 GAE 공정의 부진으로 TSMC의 점유율이 내년 상반기까지 오르고, 삼성전자 점유율은 내년 하반기나 되서야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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