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산업 근간 유흥채널 뿌리째 흔들어
편의점 등 가정채널 편중에 수제맥주 정체성 위협
수제맥주 진면목 보여줄 수 있는 유흥채널 회복돼야
값 싼 술이란 인식도 넘어야 할 산… 맥주 스타일 100종 넘어
판로 확대 위해 온라인 판매 허용 목소리도

“집에서도 펍에서도” 유통채널 편중 막아야[수제맥주 경제학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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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코로나19 이후 국내 수제맥주시장은 바퀴 하나가 망가진 자전거와 비슷한 상황이 됐다. 가정채널과 유흥채널이라는 두 바퀴가 동시에 원활하게 굴러가야 하지만 지난 2년간 팬데믹을 겪으며 유흥채널의 상당 부분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최근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에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이유다. 국내 수제맥주가 성장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성장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선 다양성과 독창성이라는 수제맥주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구조적인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는 수제맥주 업계에 기회와 위기를 모두 제공했다. 홈술과 혼술 문화가 확산되며 편의점·대형마트 등 가정채널을 통해 수제맥주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지만 생맥주를 주로 파는 수제맥주 전문점과 펍(Pub) 등에는 발길을 끊게 만들어 산업의 근간이 되는 유흥채널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가정채널의 접근성은 개선됐지만 유흥채널의 접근성은 떨어지면서 다양성과 독창성이라는 수제맥주의 정체성이 위협받게 됐다. 편의점 채널의 ‘4캔 만원’이라는 마케팅 정책에 따라 사실상 납품단가의 상한선이 정해지면서 업체별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고풍미의 수제맥주는 생산단가를 맞추기 어렵게 됐고, 납품단가를 맞출 수 있는 가볍고 저풍미의 비슷한 제품만 넘쳐나게 됐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풍성한 맛과 향이 기성맥주와 차별화되는 수제맥주의 강점인데, 이러한 강점을 잃게 된다면 결국 소비자의 관심이 지속되기 어렵고 성장도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인기 비어포스트 대표는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저풍미의 수제맥주의 유통만 활발히 이뤄지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품질의 수제맥주를 체험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다시 상업맥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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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유흥채널이 회복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제맥주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유흥채널에서 유통되는 생맥주이기 때문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지금처럼 4캔 만원이라는 유통구조에서 생산되는 편의점 수제맥주만으로는 기성 대기업 맥주와의 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서기 어렵고,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반면 유흥채널에서 케그(Keg·맥주보관통)로 유통되는 생맥주는 납품단가에 구애받지 않고 양조장의 철학과 개성을 담아 만든 제품인 만큼 수제맥주의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하는 데 용이하다. 편의점 유통 제품을 통해 수제맥주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가 맥아·홉·효모 등 맥주의 요소별 특징이 강조된 수제맥주를 다양하게 마셔보고 자신의 취향을 확장해 나가기에도 적합하다.


업계는 유흥채널에서 유통되는 양질의 수제맥주 경험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창출된다면 4캔 만원이라는 틀에 묶인 편의점의 가격 제한도 자연스레 깨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소비자들이 남들과는 다른 소비를 원한다는 점, 그 지점에서 분명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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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가 값 싼 술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유통되는 맥주는 가볍고 청량감 있는 페일·라이트·다크 라거가 대부분이었다. 페일·라이트 라거는 편하게 여러 잔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인 만큼 맥아·홉·효모 등의 사용을 상대적으로 줄인 제품도 있고, 원가 절감 차원에서 맥아보다 가격이 싼 곡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맥주는 재료와 양조방식에 따라 바이젠·필스너·인디아페일에일(IPA)·포터·스타우트·사워비어 등 100가지가 넘는 스타일이 있고, 당연히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김만제 한국맥주교육원 대표는 “맥주의 스타일마다 가격이 차이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때 한 잔에 7000~8000원짜리 IPA도 설 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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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일각에선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규모 양조장에게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가정채널 입점이 ‘그림의 떡’인 만큼 이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전통주와 같이 온라인 판매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현행 주세법상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품목이다. 다만 전통주는 국내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7년 7월부터 예외적으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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