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곽두팔' 필요한 세상"…혼자 사는 여성들, 여전히 불안
또 귀가 여성 노린 범죄 발생…여성 1인 가구 불안감
여성 피해 주거침입 범죄 5년 새 61.6% 증가
"주거침입은 또 다른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곽두팔, 조대춘, 육만춘. 이는 3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진 이른바 '세 보이는 이름 리스트'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여성 1인 가구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다소 거친 느낌의 가명으로 택배를 받은 것이다. 현관에 남성 신발을 두거나 창가에 남성의 옷을 널어두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성인 남성 목소리로 "누구세요", "문 앞에 두고 가세요" 등을 녹음한 이른바 '보이스 가드'를 사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안타깝게도 3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 집에 따라 들어오려는 주거침입 범죄가 늘고 있다. 주거침입은 또 다른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해 위험하지만, 미수에 그쳤을 경우 강력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는 증명이 사실상 어려워 강한 처벌이 어렵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6시반쯤 서울 마포구 대흥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홀로 귀가 중이던 여성의 뒤를 몰래 쫓아왔다.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안 여성 뒤를 돌아보자, 남성은 방향을 바꿔 주변 건물로 들어갔다. 안심한 여성이 다시 가던 길을 가자 남성은 전속력으로 달려 여성을 따라왔다.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자 이 남성은 현관문에 발을 들여놓으려 했지만, 다행히 여성이 재빠르게 문을 닫아 피해를 막았다.
이는 3년 전 서울 신림동에서 벌어진 사건과 유사하다. 지난 2019년 5월 한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다가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자 강제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 사건이 알려졌다. 여성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남성이 간발의 차로 집 문고리를 잡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돼 공분이 일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은 이 남성이 범행 목적을 가지고 여성을 쫓아왔을 것이라며 '강간 미수'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이 재빨리 문을 닫지 않았더라면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는 많은 여성들이 주거침입과 성범죄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품 목적이었다면 여성을 쫓아오기보단 집주인이 없는 시간에 침입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이 남성은 주거침입, 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결국 주거침입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현행법상 일어나지 않은 범죄행위를 미루어 짐작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신림동 사건 당시 강간 미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현행법상으로는 주거침입 미수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거침입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감은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김경진 부장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올해 1월5일 오후 9시20분쯤 여성 B씨가 혼자 사는 집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열려있는 베란다 창문으로 거실에 들어간 뒤 현관에 놓인 구두를 보고 여성이 사는 집임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달 인천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들의 집 앞에 속옷과 립스틱 등을 두고 간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통계로도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침입 범죄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여성 피해 주거침입 범죄는 지난 2016년 6034건에서 2020년 9751건으로 61.6% 증가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전문가는 관련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법이나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채널A와 인터뷰에서 "재산을 노리고 주거침입을 하는 범죄는 재산이 많은 집을 터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 가장 많은 피해자의 연령대를 차지하는 건 20대(여성)이다"라면서 "이 중간에 어딘가를 그어줄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주거침입죄와 성폭행 사이에 제재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