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또 러시아 저격한 메르켈…"용서할 수 없다"
메르켈, 16년 재임기간 동안 러시아에 유화정책
푸틴 60번 만나고 러시아어도 유창
긴 침묵 깨고 잇달아 푸틴 저격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간 긴 침묵을 지켜오다가 이달 초 "야만적 전쟁"이라고 언급한 지 일주일 만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 도심에 위치한 베를리너 앙상블 극장에서 연설문 모음집 출간을 기념해 열린 공개 인터뷰 행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만적이고, 국제법을 무시한 기습으로, 용서할 수 없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총리직에서 공식 사임한 메르켈 전 총리가 공개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메르켈은 "러시아의 침공은 큰 잘못"이라며 "구소련 종말 이후 그 많은 시간 동안 유럽 각국은 대러 관계에서 냉전을 끝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안보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은 개인적으로도 괴롭게 짓누르는 전환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 대한 재임 당시 자신의 정책에 대해서는 "무엇인가 놓친 것은 아닌지, 이 같은 거대한 비극을 막기 위해 더 많이 할 게 있었는지, 막을 수 있었는지 당연히 자문했고, 계속 자문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쟁이 발발한 상황에 대해 유감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는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력의 결과가 드러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하지만 노력하지 않았다며 내 자신을 원망하진 않는다"고 피력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16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러시아를 상대로 유화적인 정책을 펼쳤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60여 차례나 만나는 등 관계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동독 공산 진영에서 나고 자라 러시아어도 유창하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수입하는 노드 스트림 2 가스관 계획을 지지한 것은 서방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당시에는 제재 부과를 주장하면서도 강경 대응보다는 대화를 비롯한 온건한 해법을 주문했다. 2008년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막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날 인터뷰 행사에서 "당시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아는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아니었다"면서 "국가 전체가 불안정했고, 부정부패로 만신창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총리 재임 당시의 태도와 정책 탓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그의 과거 대(對) 러시아 정책이 비난을 받기 시작했고, 메르켈 전 총리는 전쟁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켜왔다. 이 같은 침묵은 러시아의 만행을 두둔하는 것으로 읽혀 더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달 초 라이너 호프만 독일노조연맹 위원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메르켈 전 총리는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유럽역사의 심각한 단절"이라고 규탄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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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는 이날 퇴임 후 근황에 대해 6개월 간 휴식해왔다며 "개인적으로는 잘 지낸다. 자발적으로 그만뒀고 이는 좋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라프 숄츠 총리의 위기 대처를 지지하며 현재 독일의 정치적 리더십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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