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70년만에 예산편성권 쥘까…내부는 조용히 '기대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오른팔을 잃는 느낌이랄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실현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검찰총장의 독자 예산편성권 부여’ 문제에 대해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의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권한을 쥐고 있던 법무부로서는 예산편성권을 검찰에 넘기면 오른팔을 떼어 주는 것 이상의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28일 정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5일 예정됐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가 취소되는 과정에서 검찰에 예산편성권을 넘기는 내용을 극구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부의 정도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다른 현안들보다 더 거셌다는 이야기도 있다. 법무부는 "검찰의 예산이 독립되면 법무부가 검찰의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없고 행정만 보는 단순 부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오는 29일 오후 업무보고를 다시 할 예정인 가운데 법무부는 이런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법과 제도상 예산권과 인사권은 법무부가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진짜 힘이다. 오른팔, 왼발과도 같다.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내리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단발성’의 영향이 있는 반면 예산권과 인사권은 주기적이면서도 영구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법무부의 거부 반응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실현되면 검찰은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70년 만에 예산편성권을 쥐게 된다. 검찰은 여태껏 단 한번도 스스로 예산을 결정해 본 적이 없다. 17개 외청 중 예산을 개별 편성하지 않고 주무 부처 예산에 통합된 곳은 검찰청 뿐이다. 이 문제는 이전에도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됐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검찰로서는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만큼 예산편성권을 갖게 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친 정부’ 성향으로 평가 받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인수위 업무보고 때 윤 당선인의 공약을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선 배경에도 예산편성권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도 있을 정도다.
검찰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연감에 따르면, 검찰 예산은 2016년 약 9116억원, 2017년 약 9739억원, 2018년 약 1조304억원, 2019년 약 1조734억원, 2020년 약 1조1293억원이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지난해 예산도 더 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모두 법무부 예산의 28~29% 수준이다. 2020년은 29.66%였다. 예산편성권을 가지면 검찰은 현 수준과 같거나 1조 수준을 넘어선 예산을 운영하려 할 것으로 법조계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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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돈은 여러 방면에 쓰일 수 있다. 검찰은 보통 예산을 인건비, 일선 청 운영비, 세부사업비로 쓰고 있다. 검사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근무환경 등 처우 개선, 수사업무 비용 지원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어느 기관이나 예산을 많이 받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라면서 "예산이 늘면 투명하게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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