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큰 별 김정주 별세

2005년 지주회사 설립 이후
2006년 연극단 '독'에 합류
'돌고돌아' 출연, 무대 데뷔도

사회공헌에도 큰 관심
벤처기업인 양성 민간펀드 조성
어린이재활병원 건립도 앞장

"열정과 도전정신 재충전" 전문경영인에 회사 맡기고 연극무대 막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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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놀이처럼 일 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달라."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NXC 이사)는 2005년 지주회사 설립과 함께 넥슨과 모든 계열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며 이와 같이 당부했다. 회사를 맡긴 뒤 그는 서울 대학로 연극무대로 향했다. 2006년 연극단 ‘독’에 합류해 조명과 음향시설을 점검하며 극단 막내 역할을 도맡아 해왔다. 20대 젊은이 사이에서 공연 리허설부터 연극이 끝날 때까지 이리저리 뛰던 그는 연극 ‘돌고돌아’에 출연해 연극무대에 데뷔까지 했다.

당시 김 창업자는 사내 지인들에게 연극무대에 오른 이유를 "열정과 도전정신을 재충전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막내들이 도맡아 하는 무대정리, 조명 등 허드렛일이 약 80분의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발자가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연극무대에 오르며 그가 가장 신경썼던 것은 ‘부호의 단순한 취미생활’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막내를 자처했다.


김 창업주의 어머니는 서울대 음대 피아노학과를 졸업한 이연자씨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즐겼던 이유다. 초등학생 때는 이화경향 음악콩쿠르에서 초등부 바이올린 부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실력도 있었다. 큰 이모인 이순자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 둘째 이모인 이성미 전 한국미술사학회 학회장 등을 통해 인문과 미술 등 종합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이 같은 성장 과정이 김 창업주의 혁신의 밑거름이 됐다.

김 창업주가 컴퓨터와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중학교 시절이다. 1980년대 그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의 컴퓨터 체험시설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이를 눈치 챈 이모부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김 이사에게 컴퓨터를 선물해 줬다고 한다. 이후 1991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사학위, 1993년 카이스트(KAIST) 전산과에서 석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음악, 미술 등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김 창업주의 혁신의 에너지였다. 그는 자본금 6000만원으로 서울 역삼동에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 넥슨을 창업한다. 당시 카이스트 박사 과정을 함께 병행하며 어려움을 겪은 김 이사는 스승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으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아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


지난해 카이스트 제17대 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김 창업주는 "학생 생활도 성실하지 못했고 석·박사 과정 있을 때 뭐하나 제대로 못하던 시절이었다"며 "교수님, 사모님이 너무 따뜻하게 챙겨주셨고 학생 하면서 회사 하고 할 때 아낌없이 믿어주시고 지원해주시고 도와주셨다"고 축사를 남기며 울먹였다.


회사를 떠나며 했던 말처럼 그는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자신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2015년 넥슨 창업 스토리를 다룬 책 ‘플레이’를 통해 그는 "디즈니에서 제일 부러운 건 (콘텐츠를 즐겨 달라고)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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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헌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2012년 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 인터넷 창업 1세대와 힘을 합쳐 후배 벤처기업인을 키우기 위한 200억원대 민간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넥슨재단을 통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도 앞장섰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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