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예규에 명시된 육아시간, 눈치보는 경찰들
경기지역 일선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최근 이같이 하소연 섞인 글이 올라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경찰서 또는 부서장이 육아시간을 불허한다고 해도 따르는 별도의 징계 조치는 없다고 한다.
애초 육아시간을 불허하는 사례가 드물고, 징계 사유의 근거로 명시돼 있지도 않다.
"당연한 권리 왜 못쓰게 하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감 댓글
부서장 불허해도 별도 징계없어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공병선 기자] "육아시간 왜 못 쓰게 하나요? 눈치주고 쓰지말라고 하면 맞벌이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경기지역 일선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최근 이같이 하소연 섞인 글이 올라왔다. 그는 경기 수원시 한 경찰서 소속이라고 밝혔다. 해당 경찰서는 지난해 '경찰서 성과평가 등급'에서 최고 점수인 S등급을 받은 곳이다. 글쓴이는 "우리 조직이 발전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이러면서 무슨 애를 낳으라는 건지 모르겠다"고도 적었다.
일부 일선 경찰관들이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데 있어 상관 눈치를 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시간이란 5살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이 24개월 범위 안에서 하루 최대 2시간을 육아에 쓸 수 있도록 한 시간을 말한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명시돼 있다. 인력 운영 상황, 대국민 서비스 제공과 공무수행 필요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승인된다. 경찰관도 육아시간 사용자에 해당된다. 하지만 육아시간이 정당한 권리라는 인식은 아직 경찰 내 자리 잡지 못했다는 내부 목소리가 존재한다.
실제로 해당 글이 게시된 이후 공감을 표하는 댓글은 상당수 달렸다. "해당 경찰서에서 육아시간 사용하는 경찰관은 극소수", "육아시간은 당연한 권리이고 사용하는 것이 맞는데 이렇게 제한을 두면 어쩌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선 육아시간 허가자인 부서장을 향한 비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대가 변하면 따라서 조직도 변해야 하는데, '나도 못했으니까 너도 하면 안돼'이러면서 못 쓰게 하는 심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르면 육아시간은 부서장이 부서의 인력운영 상황, 민원업무 처리 등 공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토록 명시돼 있다. 해당 사연의 주인공격인 경찰서의 부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경찰서 또는 부서장이 육아시간을 불허한다고 해도 따르는 별도의 징계 조치는 없다고 한다. 애초 육아시간을 불허하는 사례가 드물고, 징계 사유의 근거로 명시돼 있지도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예규에 명시된 대로 공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육아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징계라기보다는 성과평가에 반영돼 불이익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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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으로도 권리만 내세우면 곤란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있다.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팀원이 생기면, 이에 따른 결원으로 다른 팀원의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은 "육아시간은 당연히 써야 하는 권리지만, 팀원이 10명인데 같은 시간 4명이 쓴다고 하면 팀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며 "의논해서 적절히 써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혼자만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뭐든 적당히 사용해야 더 좋은 제도로 발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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