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2인 이상 배치·재해발생 시나리오 구축 등
법 시행 1월27일 이전 대비 획기적 대책 갖춰야

지난 11일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에서 관계자들이 폭발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지난 11일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에서 관계자들이 폭발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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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전라남도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 열교환기 폭발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하자 여수산단 입주기업들은 "전사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만큼은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중대재해 수사에서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의 기준이 되는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상 중대재해 발생 후 사망자 1명 이상, 같은 사고가 반복돼 6개월 이상 치료받아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만 발생해도 최고경영자에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4조 1항에 적시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행 조치' 등을 했을 경우 처벌 대상에서 빼준다.

사업장별 안전인력 2인이상 배치 등 '필수'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최금암(오른쪽), 김재율 공동 대표이사가 인명피해가 난 폭발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이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최금암(오른쪽), 김재율 공동 대표이사가 인명피해가 난 폭발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이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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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처벌을 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사고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제대로 했느냐다. 고용부는 지난달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령 Q&A'를 통해 "반복되는 근로자의 실수나 안전수칙 위반 등을 방치·묵인하는 것은 위험관리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이행상 결함이 될 수 있다"며 "발견된 유해·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령상 안전수칙과 표준작업절차에 따라 작업이 수행되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장별 안전 전담 조직 최소 2인 이상 배치 ▲사업장이 여러 개일 경우라도 가급적 본사에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권유 ▲사업장 분산 시 각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외 별도의 전담 조직 구성 ▲사업장이 여러 개일 경우 반드시 반기에 1회 이상 유해·위험요인 확인점검 ▲건설 현장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외 재해 예방에 필요한 추가 예산 편성 후 집행 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사 과정에서 CEO가 이런 의무를 어겼다고 밝혀질 경우 즉시 형사처벌 대상에 올릴 수 있다.


CEO가 관리해야 할 위험요인은 위험 기계·기구·설비, 화학물질, 물리적인자(소음 등), 생물학적인자(감염병 등) 등이다. 이런 요인이 현장의 무슨 작업에서 어떻게 발생한지 알아낸 뒤 법 시행 시점인 지난달 27일 이전과 비교해 '획기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놨으면 처벌 대상에서 빼준다. 예를 들어 ▲밀폐공간 내 작업이 필요 없도록 구조를 변경하는 등 위험요소를 물리적으로 제거하고 ▲메탄올을 에탄올로 대체하는 등 위험이 낮은 유해인자 등으로 대체하며 ▲방호장치 설치, 환기장치 등을 통해 위험요소와 작업자를 격리하고 ▲작업절차서 정비, 작업허가제 도입 등 작업방법을 변경하는 등 '제거' '대체' '공학·행정적 통제'를 제대로 수행해야만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지난 11일 산재사고사망자가 발생한 여천NCC의 경우 열교환기 폭발 사고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법 시행 전과 비교해 현장에 마땅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수사관이 판단할 경우 즉시 CEO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재해발생 시나리오' 등 갖춰야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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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을 위한 7가지 핵심요소'와 '핵심요소벌 시행방법'을 갖춰놨는지도 중요한 수사 대상이다. 7대 원칙은 ▲경영자 리더십 ▲근로자 참여 ▲위험요인 파악 ▲위험요인 제거·대체 및 통제 ▲비상조치계획 수립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평가 및 개선 등이다. 실행전략 예시로 정부가 든 예는 ▲안전보건관리 전반에 관한 정보 공개 ▲모든 구성원에 대한 참여 절차 마련 ▲자유로운 의견 공유 문화 조성 등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CEO는 안전보건 인력·시설·장비 배정은 물론 전국 원·하청 근로자에게 참여 독려까지 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 의무를 어겼다면 형사처벌 대상감이다. 전사적인 위험요인 파악 및 종합교육 시행, 구체적인 재해 발생 시나리오 작성, 안전보건 목표 달성 여부 평가 체계 등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법 시행 이후에도 전사에 이런 원칙이 공유돼 있지 않다면 CEO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용부가 중대재해 발생 기업 수사 과정에서 '과학수사'를 동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같은 체계 구축 노력을 했는지를 금방 가려낼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CEO들은 매년 안전보건계획을 세워 이사회 승인을 받은 뒤 이를 이행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경영방침, 관리조직 구성·인원 및 역할, 예산·시설 현황, 전년도 실적 및 다음연도 활동 계획 등이 이사회에 공유돼야 한다.


업종·규모별 예산·인력 혼란 여전
지난달 26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코 본사 앞에서 정의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포항지부 관계자 20여명이 산재사망사고와 관련해 포스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코 본사 앞에서 정의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포항지부 관계자 20여명이 산재사망사고와 관련해 포스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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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이 모호해 혼란스럽다는 불만도 여전히 존재한다. 법령에서 회사 업종·규모별 예산·인력 규정은 마련해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과 미만, 산업재해 사망사고 다발업종인 건설업·제조업의 경우 안전·보건 1년 예산 얼마 이상, 안전보건관리 조직 정규직 종사자 몇 명 이상 채용 등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얘기다.


법 시행령 제정 작업에 참여한 국무총리실과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등 7개 부처는 한결같이 "일괄적인 예산·인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사실상 포지티브 규제 효과가 나기 때문에 기업에 과도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포지티브 규제란 당국이 규제 대상에서 빼주는 부분을 뺀 모든 부분에 규제를 가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경영계는 "규정이 모호해 CEO 처벌 등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노동계는 "규정이 약하다"고 동시에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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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준이 없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추락·끼임 예방조치와 개인 안전보호구 착용 등 '3대 안전조치'가 전국 원·하청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췄냐는 것이다. 입법 목적 자체가 연 800명대의 산재사고사망자를 절반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고, '건설업 추락·제조업 끼임' 같은 단골 산재사고를 뿌리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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