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림동 남녀 살인’ 사건 50대 중국동포 무기징역 확정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서울 대림동 길거리에서 자신의 전 여자친구와 그의 사실혼 배우자를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50대 중국 동포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 동포 박모씨(55)의 상고심에서 박씨와 검사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박씨의 범행 당시 박씨의 칼에 찔려 쓰러진 피해 남성을 폭행한 박씨의 고향 선배 윤모씨(57)씨에게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월 22일 오후 8시께 영등포구 대림동 한 골목에서 자신의 전 여자친구 A씨(사건당시 49), 그리고 A씨와 동거 중이던 B씨(사건당시 51)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5월부터 약 1년 동안 A와 연인관계로 지내다 헤어진 박씨는 2020년 12월 A씨를 우연히 만난 뒤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다시 연인관계로 지낼 것을 요구하며 A씨를 협박했다.
그러던 중 박씨는 지난해 1월 22일 저녁 A씨가 일하는 호프로 찾아갔다가 A씨로부터 "널 영원히 모르는 사람으로 하겠다"는 말을 들었고, 현장에 있던 B씨와 말다툼을 하게 되자 두 사람을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박씨는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 다시 A씨를 찾아갔고, 가게 주변 도로에서 A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B씨가 휘두른 소주병에 머리를 맞자 점퍼 안에 숨겨둔 식칼을 꺼내 두 사람을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범행 직후 박씨는 택시를 타고 사건 현장을 이탈해 다음 날 새벽 5시경까지 술을 마시고 외숙모 집에 가서 잠을 잔 뒤, 다시 사촌누나 집으로 찾아가 숨어 있다가 긴급체포됐다.
앞서 1심과 2심은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길 위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칼로 찌르는 등 그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극히 잔인했고, 특히 피해자 A씨로서는 피고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살해 위협까지 받다가 결국 목숨을 빼앗겼으므로, 그 분노와 고통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실로 형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행인들이 오가는 번화한 길거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식칼로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범행이 널리 보도되고, 범행 현장 영상도 함께 공개됨으로써 많은 국민들이 극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는 등 피고인이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 또한 지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목숨이 조금 붙어 있으면 뭐하겠어요. 죽이려면 완전하게 죽여야지'라고 진술하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키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평생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씨는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2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선고된 무기징역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검찰 측 항소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비록 범행이 극도로 잔인했고,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지만 국내에서 단 1회의 벌금형 외에 전과가 없고, 범행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유족들에게 사죄의 의사를 표시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개선·교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박씨와 다투던 B씨로부터 맥주병을 빼앗아 B씨의 머리를 한 차례 내려치고, 박씨의 칼에 찔려 쓰러진 B씨의 배를 한 차례 걷어찬 혐의로 기소된 윤씨는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검찰은 항소심에서 B씨에게 선고된 형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윤씨가 박씨를 도와주려는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당시 B씨가 칼에 찔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