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불티나는데 시장은 파리만…깊어지는 'K자 양극화'
올해 연매출 1조원대 백화점 10곳…작년 대비 2배
시계·보석 등 명품 불티…골목 상권은 불황 여전
코로나19로 인한 'K자 양극화'로 소비도 불균형
전문가 "장기적, 맞춤형 대응 필요" 강조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부진에도 명품관을 앞세운 백화점이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만 국내 10개 업체가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백화점 호황은 재차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골목 상권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소득 계층 간 회복 속도가 두드러지게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이른바 'K자 양극화'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선은 위로 뻗지만 다른 선은 아래로 내려가는 'K'자처럼 부유층과 서민층의 경기 회복이 갈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양극화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명품점 역대급 매출 올리는데…골목 상권은 암울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백화점 가운데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업체는 총 10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지난해에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 총 5곳의 백화점이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무려 2배가 늘어나는 셈이다.
전체 백화점 매출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백화점 업계는 기저효과·보복소비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한 31조9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위협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도 백화점업계의 '나홀로 호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명품관에 있다. 최근 국내 명품매장은 매일같이 손님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지난 15일 기준 개장 31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관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보석이나 고급 시계 매출은 67%, 명품 잡화 매출은 49% 가까이 성장했다.
명품같은 중·상류층 대상 제품을 앞세운 국내 백화점들의 화려한 실적은 '골목상권'의 암울한 전망과 극명히 대비된다. 거리두기 조치로 인한 대면 서비스 감소, 이에 따른 요식업·숙박업 등의 부진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은 이미 큰 피해를 봤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음식점·주점 등의 내수 산업 실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하락,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영업은 일자리 회복도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더뎠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55만3000명 늘어난 2779만5000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주로 몰린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각각 12만3000명, 8만6000명 줄었다. 다른 업종들이 점진적으로 회복 추세에 있는 반면, 자영업은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K자 양극화' 깊어지니 소비 시장도 양극화
백화점과 골목상권의 대비는 코로나19 유행이 진행될수록 점차 깊어지는 'K자 양극화'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K자 양극화는 특정 계층에 따라 경기 회복 속도가 두드러지게 차이 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특히 코로나19는 감염병이라는 특성상, 대면 서비스에 의존하는 업종을 크게 제한한 반면 정보기술, 수출 산업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편이었다.
또 금융 충격을 우려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대책으로 주식, 부동산 등 금융자산의 가격이 상승해, 이미 투자를 할 여윳돈이 많았던 부유층에게는 자산을 증식할 기회가 됐다.
실제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수준에 따른 체감 경기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인 가구주의 30.1%는 2년 전에 비해 소득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인 빈곤층 중 2년 전과 비교해 소득이 늘었다고 답한 이들은 4.7%에 불과했다. 부유한 가구일수록 과거보다 더욱 여유로운 소비가 가능해진 셈이다.
◆전문가 "양극화에 대비한 장기적 대응 필요"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위기가 끝나지 않으면서, K자 양극화의 수준도 더욱 심화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17일 바이러스의 확산을 줄이기 위해 기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정책을 U턴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사적모임 최대 4인 제한 △실내 업체 운영시간 제한 △대규모 행사 참가 인원 수 제한 △방역패스 제도 강화 등 방역지침이 강화됐다. 내수 경기 의존도가 큰 자영업·소상공인들은 다시 한번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K자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성은미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지난 5월 발표한 '경기도 K자 양극화 현황진단'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보건 위기로 임시 일용직, 저임금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상용직의 고임금 일자리가 오히려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다"며 특히 여성·청년 노동자의 피해가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영업, 저임금 일자리 감소는 복지대상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는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고, 특히 여성·청년 맞춤형 대응 정책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으며, 양극화를 줄이려면 노동자 재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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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기술 산업 등이 부상하면서 기존의 노동자들이 새로운 근로 환경에서 탈락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재정 지원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라며 "이들에게 재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다른 직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야 근본적인 양극화의 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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