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후보, 서로 경쟁하듯 '선심성 금융정책' 남발
실현가능성, 자금조달 방안 깜깜…'일단 지르고 보자' 식
포퓰리즘 유혹에 빠지지 말고 근본적인 처방전 내놔야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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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금융부장]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주요 후보들과 별개로 항상 화제가 되는 인물이 있다. 허경영 씨다. 허 씨의 대선 출마가 얼마나 진심이냐는 논외다. 대중들의 관심은 그의 ‘신박한’ 공약들이었다. 대다수는 ‘안드로메다 후보냐’며 그의 공약을 조롱했다.


대선 시즌이 돌아왔다. 허 씨가 잠잠하다. 그가 당명예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여전했다. 첫 화면에 자신의 지지율이 7%라고 당당하게 써놨다.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 그런데 묘하다. 예전만큼 카타르시스가 없다. 약발이 떨어진 느낌이다. 이유는 금방 깨닫게 된다. 전 국민에게 돈을 현찰로 나눠 준다는 허 씨의 공약들이 이미 현실 세계에서 실현된 터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대중영합주의의 절정이다. 기본주택, 원가주택, 기본소득, 서비스 복지 등 전방위다. 허 씨의 공약들이 기존보다 파급력과 관심도에서 밀리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본시리즈’는 기본 마이너스통장까지 진화했다. 전 국민에게 1~2%의 저리로 1000만원씩을 빌려 주겠다는 게 골자다. 저출산시대에 18세가 되면 150만원을 주겠다는 허 씨의 공약이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출 길을 활짝 열어준단다. 이를 위해 내건 공약이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에게 담보인정비율(LTV) 최대 80% 완화다. 지금 금융당국 기조라면 실현불가능하다. 현실화되더라도 미친 듯이 오를 집값과 대출이자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데스크칼럼]포퓰리즘 지옥 원본보기 아이콘


민담에 등장하는 소위 ‘의적’들은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그냥 절도범이다. 그들은 곡식을 백성에게 뿌린 덕에 인기를 얻었다. 선심성 공약이 작동하는 방식도 이와 똑같다. 콘텐츠가 없는 후보들일수록 퍼주기 공약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경제적 불평등, 계층 간 갈등,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포퓰리즘이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1월 영국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포퓰리즘 정부의 확산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세계 20대 경제 대국들 중 몇 년 안에 대중영합주의 정부가 등장할 것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한국에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은 20%. 프랑스와 함께 4위였다. 내년 대선에 출마한 두 후보의 행보만 놓고 보면 이코노믹스의 예고가 들어맞을 것 같아 불안하다.


'포퓰리즘 해악'을 꼽을 때마다 언급되는 나라가 베네수엘라다. 일례로 지난해까지 30년 간 국민에게 휘발유를 리터당 1센트 아래에 팔았다. 사실상 공짜로 나눠준 셈이다. 결과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의 이름을 딴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신조어가 유행 중이다. 극심한 식량난 때문에 국민들의 평균 체중이 강제로 11kg 이상 줄어서 생긴 말이다.


대중영합주의가 몰고 올 경제 왜곡과 후폭풍은 역사에서 여러 번 반복됐다. 공짜의 유혹은 떨쳐내기 어렵다. 하지만 진정한 공짜는 없다. 오늘 내가 날로 얻어먹은 점심은 내일 나의 자식에게 청구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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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철학자 칼 레이먼드 포퍼의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는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낸다’(The attempt to make heaven on earth invariably produces hell)라는 말이 나온다. 선심성 정책은 잠깐 통증을 멈추는 진통제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처방전이 될 수 없다. 대선후보들이 표만 바라보는 정책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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