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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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을 조사 중인 대검 감찰부가 이 고검장 측근 검사들의 PC에서 공소장 편집본 워드 파일을 발견하고도 한동수 감찰부장의 지시로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보고 누락’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유출됐다는 이성윤 공소장, 李측근 PC서 나와… 한동수가 덮었다’라는 제목의 지난 9일자 조선일보 보도였다. 이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시절 핵심 참모였던 A검사장과 이 고검장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B검사의 PC에서 이 고검장의 공소장 편집본 파일을 발견하고도 대검 감찰부가 정식 감찰로 전환하지 않았고, 한 감찰부장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이번 의혹을 조사 중인 대검 감찰부는 이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을 유력한 유출 용의자로 의심하며 조사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엉뚱하게 이 고검장 측근들의 PC에서 유출된 편집본과 유사한 파일이 발견되자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감찰부장이 역시 친정부 성향의 이 고검장 측근의 비위 사실을 발견하고도 의도적으로 보고에서 누락시켰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보도 직후 대검 감찰부는 해명 입장문을 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 감찰부장이 A검사장과 B검사 관련 부분을 중간보고에서 빼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고, 두 사람도 법무부에 보고한 조사 대상자에 포함돼 있다는 취지였다.

의혹의 핵심은 보도 내용처럼 ‘감찰부가 A검사장과 B검사의 PC에서 공소장 편집본 파일을 발견하고도 이를 제때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았는지’였는데, 이에 대한 해명은 빠트린 채 ‘법무부에 보고한 22명의 조사 대상자에 두 사람도 포함돼 있다’는 내용을 담은 동문서답식 해명이었다.


이 점에 대한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감찰부는 ‘A검사장과 B검사의 PC에서 공소장 편집본 파일을 발견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추가 해명을 내놓았다. 앞서 입장문을 출입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풀한 것과 달리 대검 대변인을 통한 구두 해명이었다.


그리고 한 감찰부장이 관련 의혹을 보도한 기자 등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하고, 조선일보 측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리면서 논란은 잦아드는 듯 했다.


그런데 10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 취재진의 질문에 “(A검사장의 워드 파일)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다시 논란이 확산됐다. 대검 감찰부는 워드 파일이 발견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는데, 하루 만에 법무부가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 게다가 박 장관은 한 감찰부장의 ‘보고 누락’ 논란과 관련 “현재까진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다”며 두둔하기까지 했다.


같은 날 새벽 조선일보는 후속보도를 통해 대검 감찰부가 논란이 불거진 9일 오전 ‘A검사장이 공소장 편집본을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렌식으로 확인해 조사 중’이라는 취지로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6월, 7월 법무부에 중간보고를 하면서 A검사장의 공소장 편집본 보관 사실을 누락했다가 언론 보도가 나가지 뒤늦게 보고했다는 것. 해당 보도에 대해 한 감찰부장이나 대검 감찰부는 14일 현재까지 공식적인 추가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감찰부의 해명처럼 이 고검장 측근 검사들의 PC에서 공소장 편집본 워드 파일이 발견된 사실 자체가 없다면 한 감찰부장이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 기자를 고소한 것이나 ‘문제가 없다’는 박 장관의 답변이나 별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그 같은 파일이 발견된 사실 자체가 없다는 감찰부의 해명이 거짓이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검 감찰부가 뒤늦게 박 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은 무엇인지, 이 고검장 측근 검사들의 PC에서 공소장 편집본 파일이 나왔다면 감찰부가 이를 확인한 시점은 정확히 언제인지 등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친여 성향 시민단체의 고발을 계기 삼아 이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을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앞서 감찰을 진행한 대검 감찰부가 22명의 조사 대상자에 이들 수사팀 일원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점과 A검사장과 B검사의 PC에서 외부 유출본과 유사한 형태의 공소장 편집본 파일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면 공수처의 수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가능성이 크다.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은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수원지검은 대검 감찰부에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과 관련된 진상조사 내용을 공개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한 감찰부장이 의혹을 제기한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시민단체는 ‘보고 누락’과 관련 한 감찰부장을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만큼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당장 공수처의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건의 본말에 대한 신속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쩐 일인지 ‘고발 사주’ 의혹 수사 때와 달리 공수처는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와 관련된 자료 확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 한 감찰부장은 대검 대변인 공용폰을 위법하게 포렌식해 공수처에 제공했다는 ‘하청 감찰’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열어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문만 낸 채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김 총장은 ‘감찰’의 특수성만 강조한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금 검사들의 비위 사실을 찾아내야 할 감찰부장이 중요한 비위 단서를 찾아내고도 내 편이라는 이유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검사들은 왜 총장이 감찰부장에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느냐며 감찰부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한 감찰부장 본인이 이번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는 게 우선이다. 정말 A검사장이나 B검사 PC에서 감찰부가 문제의 공소장 편집본을 발견한 사실이 아예 없다면 분명하게 그 같은 사실을 밝혀서 더 이상의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법무부에 제때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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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부라는 문패 뒤에 숨어 사건이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장관이 두둔해주고 총장이 감싸준다 해도 결국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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