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6세기 포르투갈 상인에게 구입한 조총 개발해 훗날 조선 침략

기술자 대표, “돈·기술 없이 미국서 배워 자주국방, K-방산 시대 열어”

SNT모티브가 생산한 국산 소총 사격 장면. [이미지출처=SNT모티브]

SNT모티브가 생산한 국산 소총 사격 장면. [이미지출처=SNT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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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일본 규슈 남쪽 외딴 작은 섬 다네가시마. 16세기 중기 10대의 어린 섬 주인 도키타카의 손에 ‘철포’가 들어왔다.


우리에겐 화승총이나 조총으로 알려진 이 두세 자짜리 ‘작대기’ 2자루를 어린 영주는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거금 20억원을 주고 포르투갈 상인으로부터 구입한다.

그리고 대장장이를 시켜 찍고 또 찍어내면서 흉내낸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일본 전국의 대장장이 기술자 손을 탄다.


훗날 이 신무기는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조선을 침략하는 첨병 역할을 한다. 심지어 이 총을 들지 않고 전투에 나가는 병사를 두고 ‘무대포’라고 말하며 대책이나 전략 없는 상태를 비꼬아 말한다. 그만큼 당시로서는 위력적인 첨단 무기였다는 뜻이다.

1971년 한국에선 M16 소총을 제조하는 기술 훈련생을 모집했다. 당시 최첨단 무기 제조 기술을 미국에서 배워와야 했다. 다네가시마 도키타카의 특명을 받은 철포 제조 기술자를 오버랩하게 하는 장면이다.


글로벌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인 SNT모티브는 29일 1970년대 대한민국 자주국방 1세대 ‘도미(渡美) 기사’들을 초청했다.


1960년대 말 故박정희 대통령과 국방부는 ‘우리 손으로 우리 무기를 만들자’는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조병창을 설립하기로 했다.


1971년 국내 주요 언론을 통해 ‘M16 소총 제조공장 도미 훈련 기사 모집’을 공고했다. 당시 엄격한 자격요건이 필요했다. 공대 기계과 졸업, 군필자, 기계 관련 분야 경력 5년, 미국인 기술자와 30분 이상 영어로 대화 가능한 자 등이다.


전국에서 1800여명의 공학도들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 27명의 ‘도미기사’들이 선정됐다. 이들은 미국의 총기 제작 회사인 콜트(Colt)社에서 기술연수를 받고 조병창에서 M16 소총 생산을 비롯해 국산 K시리즈 화기들을 개발하는 데 공을 세웠다.


그 ‘도미기사’들이 1973년 11월 준공한 국방부 조병창(造兵廠)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지금은 부산의 글로벌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인 SNT모티브이다.


29일 오전 10시 부산 농심호텔에 도미기사 10명과 가족 6명 등 모두 16명이 참석해 감사패를 전달받고, 회사 직원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SNT모티브 박문선 특수사업본부장은 “현재 회사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통해 소총, 권총, 기관총, 저격용 소총 등 풀라인업(Full Line-up) 소구경 화기 글로벌 제조업체로 자리잡은 뿌리에는 조병창 시절 ‘도미기사’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대한민국 자주국방 1세대 ‘영웅’들에 대한 존경과 경의의 마음을 담아 행사를 마련했다”고 인사했다.


‘도미기사’ 대표로 온 강흥림(83) 씨는 “국산 무기가 전무하던 70년대 초, 돈도 기술도 없던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배워온 기술로 국방부 조병창이 유사 이래 첫 국산 소총을 생산한 자주국방의 전진기지가 됐다”고 말했다.


강 씨는 “우리가 갈고 닦은 총기 제조기술은 우리나라 정밀기계공업의 기초가 되는 역할을 했기에 ‘도미기사’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SNT모티브가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역사를 써가며, 나아가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의 개인화기 제조강국이 되는 데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도미기사’들은 오후 1시 SNT모티브 방산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시간을 갖는다. 기념촬영, 핸드프린팅을 진행하고, 공장을 돌며 소총 생산 초기 당시 공장설립과 장비도입 스토리를 전한다.


도미기사들은 현재까지 소장하고 있던 당시 사진, 노트, 메모, 서적 등 물품들을 회사에 기증했다. SNT모티브는 소장품들을 모아 사내에 ‘명예의 전당’을 제작해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전 세계에 소총을 개발부터 생산까지 하는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한데, 방산강국을 염원했던 조병창의 역사를 이어받은 SNT모티브가 그중 하나”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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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되는 K시리즈 화기들은 정밀기계기술의 튼튼한 뿌리와 함께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발전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자주국방 시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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