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본 무너진 경찰, 이대론 안 된다
경찰은 올해 그토록 염원하던 검·경 수사권조정을 어느 정도 이뤄내 수사권을 확보했다.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도 출범했다. 지역 주민에게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치경찰이 시행됐다. 제도와 조직의 변화에도 바뀌지 않은 게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경찰 본연의 임무다.
국민들은 최근 기본이 무너진 경찰을 목도하고 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는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가해자를 앞에 두고 경찰관은 자리를 피했다.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사건에서는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를 받고 있던 피해자가 결국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됐다. 더 큰 피해를 분명 막을 수 있었음에도 경찰의 부실 대응은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 경찰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렸다.
제도나 매뉴얼이 없던 것은 아니다. 경찰청은 2019년 경찰청 예규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제압 대상자가 경찰관이나 제3자에게 흉기 등을 이용해 위력을 행사하는 ‘치명적 공격’에는 경찰봉·가스분사기·전자충격기(테이저건)는 물론 실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4개월 전인 지난 7월에는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마트워치 보급 확대,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 보완 등을 골자로 한 ‘범죄피해자 보호 종합계획’을 경찰청이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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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책적·제도적 개선 방안은 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이를 지휘하는 경찰서에 1차적 책임이 있겠으나, 바뀐 제도의 현장 정착을 위해 경찰 지휘부가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실시했는지, 현장과 충분히 소통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과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대로는 ‘가장 안전한 나라’도,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도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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