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산책] 그림 카페 - 정말 그림 같은 카페
2017년 문 연 뒤 美 CNN 포브스 등
"한국 방문 꼭 가봐야하는 카페"
서울 대표 이색 카페로 주목
벽·기둥·의자·탁자 등 모든 사물
새하얗게 칠한 뒤 외곽선만 검은칠
도화지 위 그림 그린듯한 인테리어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차별화'는 공급 과잉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적인 덕목 아닐까. 기존에 선보인 것과는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또는 그렇게 하고 싶은 느낌을 주려는 시도는 부단하게 있어왔다. 더더욱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업종인 카페라면.
이번에 선보이는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 산책 장소는 '그림'이라는 인테리어 소재로 색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옛 철길을 기다랗게 공원화한 지역을 끼고 있어서 연남동의 '연'과 '센트럴파크' 단어의 뒷부분을 합쳐 소위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곳에 있는 그림 카페다.
흔히 카페라면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그래서 공급 과잉이라 불릴 만한 업종. 직장인은 물론 주부와 학생들까지 가세하면서 카페는 쉼 없이 북적이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소재로 카페가 만들어지는 배경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급증하면서 직장이나 가정, 도서관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빼곡하게 카페를 채우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독특한 소재나 인테리어로 고객의 관심을 끄는 곳들이 적지 않다.
독특한 카페들의 각축장에서 그림 카페는 어느 정도 호소력을 갖고 있을까. 인스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을 보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카페가 공식 문을 연 때는 2017년이다. 이후 미국 CNN, 세계적 여성 잡지 엘르(ELLE), 금융 매체 포브스 등에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 꼭 가봐야 하는 카페"로 집중 조명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명성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모았고,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이색 카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외신이 호평하며 특별함을 인정한 것은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핵심 요인이다. 카페 정문 안으로 발을 들이면 마치 새하얀 도화지 안에 검은 연필로 그려 넣은 듯한 그림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이 기이한 착시 현상은 철저한 계산의 결과물이다. 벽, 기둥, 의자, 탁자 등 모든 것을 하얗게 칠한 뒤 사물의 외곽선만 검게 도색해 마치 그림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정상 대표는 "흔히들 '그림 카페'라고 하면 알록달록한 만화를 상상한다. 그런 의견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은 구조와 오브제의 단순화"였다고 강조한다. 그림의 가장 근본적인 기초는 '드로잉(Drawing·밑그림)'이다. 우리는 보통 '그림'이라고 하면 밑그림과 색칠까지 완료된 한 폭의 채색화를 떠올리지만, 사실 연필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윤곽을 쓱쓱 그려낸 게 그림의 기본이다.
'그림 카페'는 마치 밑그림을 그리듯이, 사람들이 공간에서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의 '핵심'을 제외한 나머지를 과감히 덜어냄으로써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마술 같은 인테리어 디자인은 그림 카페를 운영하는 이 대표가 공간디자이너 마크 손과 협업해 창작해냈다. 이 대표는 그림 카페의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심플함'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카페는 화려하고 컬러풀한 디자인에 가려져 있지만 고객에게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려면 오히려 가장 단순하고 무채색인 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무채색 공간은 소비자 경험을 강화하는 '포커스'가 된다. 그는 "흰 종이에 빨간 점이 찍히면 시선이 빨간 점에 집중되는 것처럼, 그림 카페 내부가 무채색 공간이기에 고객은 자신이 빨간 점이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된다"며 "스스로에게 포커스가 되도록 한다는 점이 특색"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어필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와도 걸맞은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콘셉트를 현실화하는 일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원래 연남동 한 골목길의 약 26㎡(8평)짜리 건물에서 시작했다. 이내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몰렸다. 하지만 워낙 많은 손님들이 오가며 소란스러워짐에 따라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지금의 자리에서도 '무채색 공간'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고, 여전히 고객들이 자주 찾는 장소로 등극했다. 같은 콘셉트의 카페를 해외에도 냈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해외 1호점을 오픈한 것이다.
그는 "저를 비롯해 중동 지역에 생소한 느낌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많다"면서도 "하지만 계약 과정에서 상대방 측이 우리가 내건 조건을 수락했고 결국 원만하게 합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건이란 다름 아닌 카페의 독창적 콘셉트이다.
그만큼 그림 카페의 공간 인테리어를 창조한 이 대표의 자부심은 크다. 카페의 소중한 자산이자 콘텐츠로서 공간 인테리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공간은 그곳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가 돼야만 한다. 그래서 그림 카페의 이용자들은 커피와 음식을 맛보며 대화를 하거나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는데, 나아가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공간에서 사진을 찍거나 탐색하는 등의 경험을 하며 스스로 재미를 찾아간다. 또 카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또 다른 잠재적 고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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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지금은 사진 촬영의 대상으로서 SNS에 노출되는 국소적 콘텐츠 생성 기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간 인테리어의 차별화와 오프라인 플랫폼을 향한 그의 꿈이 얼마나 빨리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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