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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하루 100억 버는 회사에 대한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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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상반기에만 매출액 2조원에 영업이익 1조8700억원. 하루 평균 이익이 100억원을 넘는다. 이 정도 회사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면 증권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수십조 원이 몰릴 정도인 공모(IPO)시장을 감안한다면 거래소나 증권사들은 상장 유치에 전력을 쏟을 것이다.


요즘은 거래소도 글로벌 경쟁을 하다 보니 국가간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 증권거래에 따른 세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피 주식 1조원이 거래될 경우 거래세는 8억원이다. 코스닥 주식은 23억원이나 된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이달 거래대금을 보면 적을 때는 7000억원대, 많을 때는 2조원대 중반이다.

IPO때 상장 수수료에 천문학적인 공모자금 유치에 따른 이자, 상장 이후 거래수수료 등을 챙기는 증권사는 말할 것도 없고 거래의 ‘장터’를 제공하는 거래소 역시 ‘조’ 단위 이익을 내는 회사는 소중한 고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갖추고도 국내 상장이 요원한 회사가 있다. 요즘 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1위 업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업비트는 하루 수십조원이 거래되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한 회사다.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거래가 잘 이뤄지도록 해주기만 하면 되니 매출의 대부분이 이익이다. 80%가 넘는 영업이익률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올 상반기, 두나무보다 영업이익을 많이 낸 상장사는 9곳에 불과하다. 실적만 놓고 본다면 그야말로 초우량기업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상장 유치에 소극적이다. 두나무가 상장에 적극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두나무 입장에서도 차익실현을 바라는 기관투자가들 때문이라도 상장을 해야 한다. 잊을만 하면 나스닥 상장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두나무, 정확히는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정부 당국의 시선이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는다. 거래가 있고 소득이 있으니 과세는 하지만 내재가치를 평가할 수 없으니 금융상품이 아니란 입장이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가상화폐 투자를 도박 정도로 인식한다.


상당수, 어쩌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투자를 도박처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이란 곳에서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2%가 가상화폐 시장은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답했다. 실제 가상화폐에 투자를 한다는 이들 중 대부분은 내재가치 분석이 아니라 차트를 보고 기술적 매매를 한다고 얘기한다.


이런 투기적 수요들이 모여서 두나무의 하루 100억원 영업이익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당국 입장에서 탐탁찮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기업들만 있는 곳이 아니다. 돈이 되는 것들이 모여서 거래되는 곳이다. 물론 “돈만 되면 그만이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다만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제대로 세금을 내는 기업이라면 우리 증권시장에서 거래돼야 하지 않을까. 우리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을 버는 기업들의 주식거래로 인한 수익이 미국에 귀속되는 건 아무래도 씁쓸하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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