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규의 7전8기] '오징어 게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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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빚더미에 앉아 인생의 막바지에 몰린 참가자들(456명)이 456억원이라는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하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9부작 드라마다.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필자도 9부작을 정주행했다. ‘오징어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다리 건너기’를 거쳐 1970~80년대 골목길 놀이였던 ‘오징어 게임’으로 마무리한다. 흥행의 요인으로는 ‘절제된 표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매우 자세하게 쓰인 점’, ‘한국 영화 기생충에서 드러났던 완전히 분리된 두 계층의 등장’ 등의 분석이 나온다. 필자가 나름 분석해보면 게임 참가자들 속에서 자신의 현재 상황을 발견함으로써 참가자들과 일체감을 이룬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서 세계 어느 곳 어떤 사람이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빚이 많은 사람들에겐 더욱 가혹하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엄청난 빚을 지고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 끝없는 빚에 시달려온 이들의 상황은 죽음의 게임에 참가하는 것보다 나쁘다.


기훈(이정재 분)은 10년 전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제대로 된 직업도 얻지 못한 채 대리운전으로 살아간다. 급기야 이혼을 하고 아이마저 아내에게 맡겨지게 된다. 어머니는 당뇨로 발이 썩어가는 것도 감내하며 장사로 가정을 꾸려 나간다. 명문대를 나온 상우(박해수 분)는 선물거래에 손을 대 거액을 날리고 어머니는 이런 사정도 모른 채 장사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간다. 이들 외에도 등장인물의 과거를 다룬 에피소드는 모두가 불운 끝에 빚을 지게 됐음을 알려준다. 이런 참가자들에게서 어쩌면 시청자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벼랑 끝에서 과도한 빚을 진 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오징어 게임’에서는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재미있게 드라마를 보았지만 유쾌하지는 않았다. 약자를 다루는 표현방식 등도 찝찝하였지만, 빚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수긍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회생파산업무를 담당해온 필자로서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파산면책제도를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현실적으로 실행되지는 못한다. 왜 그런 것일까. 물론 드라마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가 아니고 현실이었다면 개인파산신청을 통한 해결이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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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채무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개인파산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모든 개인채무자가 구제되는 것은 아니다. 선물거래로 큰 손실을 입은 상우는 면책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면책불허가사유인 사행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행행위에 해당하더라도 법원에 의한 재량면책의 여지가 있으므로 죽음의 게임에 참가하기 전 개인파산을 신청해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훈의 경우 면책이 가능하더라도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한 새로운 출발은 요원하다. 사회안전망으로서 개인파산제도가 기능하려면 면책 이후 삶이 보장되도록 일자리 창출 등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개인파산제도 운용에 있어 법원과 정부의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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