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너지 해외의존도 높고 탄소 배출 많아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는 성장과 탄소 감축 동시 추진 불가능
미국·유럽은 탄소 감축 할수록 보상 요구할 것
탄소 문제는 서구의 중국 견제 수단으로
한국도 탄소 배출량과 석탄 사용량이 매우 많아
탄소 규제에 미리 대응할 필요
탄소 포집과 운송 기술을 갖춘 정부, 민간기업 협력해야
아시아경제신문은 한 달에 한 번씩 목요일자에 대변혁기를 맞은 에너지 산업을 진단하고 그에 얽힌 국제 질서 변화를 짚어보는 '최지웅의 에너지전쟁'을 연재합니다. 저자는 2008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유럽ㆍ아프리카사업본부, 비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런던 코번트리대의 석유ㆍ가스 MBA 과정을 밟은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 입니다. 석유의 현대사를 담은 베스트셀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를 펴냈습니다. 지난해에는 본지에 <석유패권전쟁> 칼럼을 연재해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중국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가 에너지 부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면서 동시에 사우디, UAE,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을 우방으로 두며 중동을 관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재생에너지도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오늘의 에너지와 미래의 에너지 두 분야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에너지 분야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중 첫째는 에너지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든 패권국이 되려면 에너지와 식량, 이 두 가지 자원은 자립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 7위의 산유국이지만 생산량은 자국 소비량의 약 30% 정도이다. 따라서 필요한 원유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량 중 가장 많은 물량이 사우디, 이라크 등 중동에서 들어온다. 중동산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를 지나서 오는데, 이 길목에 미국이 관여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장기간 호르무즈 해협과 남중국해를 봉쇄하면 중국은 원유를 자급할 수 없다. 원유 수급이 막힐 경우, 차량, 선박, 항공기의 가동이 불가할 뿐 아니라 군사 무기도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은 위와 같은 에너지 분야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일대일로’의 배경에도 안정적인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는 목적이 있다. 해외 자원 확보에도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부었고, 최근에는 석유 비축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쳤을 때, 중국 역사상 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원유를 도입했다.
중국 에너지 부문에서 또 다른 문제점은 지나치게 많은 탄소 배출량이다.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감안해도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 GDP 규모는 미국의 약 70%이나 탄소배출량은 미국의 약 2배다. 중국의 인구(약 14억)는 세계 인구의 약 18%이나 탄소배출량은 세계 총량의 약 29%를 차지한다.
중국의 탄소 배출이 많은 이유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고 할 정도로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업 비중은 약 28%로, EU의 16%, 미국의 11%에 비해 훨씬 높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지나치게 많은 석탄 사용량이다. 석탄은 화석연료 중에서도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다.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64.0%)이 높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미-중 대결에서 핵심 중 하나는 누가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가장 큰 GDP를 가진 나라는 미국이지만 중국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미국의 GDP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중국은 플러스 성장을 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70%까지 따라 붙었다. 다수 기관에서 중국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2030년 이전에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중국의 여러 사회적 모순과 문제들은 경제 성장이 없다면 더 크게 불거질 수 있다. 지금의 중국은 경제 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
문제는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는 성장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도 작년에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런데 한국, 일본, 유럽이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한 것과 달리 달성 시점을 2060년으로 명시했다. 솔직한 목표였다.
이 목표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탄소배출 피크가 되는 시점을 2030년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즉, 지금부터 9년 후인 2030년부터 탄소 감축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5%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최근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35%로 발표하며 논란을 겪었다. 일본 정부도 최근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은 46%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은 2030년 전후까지 탄소배출 증가가 불가피하고, 그 이후 탄소 감축을 시작해서 2050년보다 10년 늦은 2060년에 탄소제로를 실현할 것이라 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작년 9월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할 때 유럽연합은 중국의 특수성을 고려한다 해도 탄소피크 시점을 2025년 이전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5년은 미국을 따라잡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미국과 유럽은 앞선 재생에너지 기술과 인력으로 탄소감축 노력을 하면 할수록 그 노력의 비대칭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미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 도입을 공언하고 있다. 탄소 문제는 서구의 중국 견제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구도에서 생각해볼 문제는 한국도 탄소 배출량과 석탄 사용량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유럽 주요국의 석탄 발전 비중이 대부분 10% 이하인데, 한국에서는 40%에 달한다. 굳이 따진다면 한국의 에너지믹스는 유럽보다 중국에 더 가깝다. 탄소 문제가 부각될수록 중국 못지않게 한국도 많은 과제를 떠안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도 탄소 감축에 더욱 노력하며 탄소 규제에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 하나의 방법은 국내 에너지 기업 간 긴밀한 협력 관계의 확립이다. 한국에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영국의 BP, 프랑스의 토탈에너지스와 같은 대형 에너지 기업이 없다. 때문에 탄소 저감의 핵심인 CCS(탄소 포집 및 격리)와 , 수소, 풍력 사업 등에 필요한 능력이 여러 기업에 분산돼 있다. 따라서 에너지 공기업 등 공공 분야가 관련 사업의 구심점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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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CCS사업은 지하 탄소저장소 확보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국내 대륙붕 탐사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한국석유공사가 구심적 역할을 하며, 탄소 포집과 운송 기술을 갖춘 기업들과 협력해야 한다. 최근 석유공사와 SK이노베이션은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CS 통합실증 모델 개발’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이러한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때 한국의 탄소중립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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