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재판' 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
중국 도주 공범 3명 없이 재판 중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운수 좋은 날'이었다. 2019년 2월25일 이씨 부부는 큰 아들이 몰던 부가티 베이론을 팔았다. 15억원을 받았다. 이씨 부부는 대금 일부인 5억원을 가방에 넣어 귀가하고 있었다. 아파트 현관문에 다다르자 낯선 사내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이란다. 이들은 영장을 제시하더니 "외환관리법위반으로 긴급체포한다"며 이씨 부부를 집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씨 부부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이씨가 이들을 수상히 여겨 저항했다. "당신들 경찰 맞아?" 이씨는 무엇인가로 머리를 수 차례 얻어 맞고 쓰러졌다.


이씨 부부의 작은 아들은 그해 3월 "부모님과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이 이씨 부부 집을 찾아가보니 집안은 깨끗했다. 누구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경찰이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가려던 찰나 장롱 속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신고자의 모친이자, 이씨의 아내 황모씨였다. 사건은 실종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즉시 전환됐다. 부부의 큰 아들은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던 이희진씨였다. 이른바 '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이다.

'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다운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다운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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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한 주범은 범행 부인… 법원은 고심

경찰은 수사에 나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1명을 체포했다. 김다운이란 이름을 가진 한국 국적의 30대 남성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철처히 계획된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그해 2월16일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글을 올려 공범을 모집했다. 사전 모의를 마치고 범행 당일 새벽 이씨 부부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동선을 살피다 범행을 실행을 옮겼다. 이희진씨가 불법적인 주식거래 등으로 막대한 돈을 챙기 혐의로 수감된 뒤 돈을 부모에게 넘겼을 것으로 보고 부모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이씨에게 강도살인, 사체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중국동포였던 나머지 공범 3명은 범행 당일 중국으로 도주, 끝내 검거하지 못했다. 이들에겐 인터폴 적색 수배령이 내려졌다.


김씨는 재판에서 "공범들이 이씨 부부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살인·사체손괴를 공모하거나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고심에 빠졌다. 범행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공범들이 중국으로 도주해 진술을 확인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행위를 직접 실행한 자,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른 경위, 사망한 시각을 정확히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1·2심 재판부는 다만 범행 현장에 머무른 시간, 사건 당일 표백제와 청테이프를 구매한 점 등 정황증거를 근거로 김씨가 범행했다고 판단,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19년 3월 당시 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병한 당시 안양동안경찰서 형사과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19년 3월 당시 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병한 당시 안양동안경찰서 형사과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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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검찰, 범죄인 인도 청구 여부 '확인 불가'

경찰은 김씨에 대해 검찰에 송치할 당시 특정한 공범 3명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범죄인인도법상 범죄인이 외국에 있는 경우 대상국에 인도 또는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할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검사는 이를 법무부 장관에 건의 또는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공범 3명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함구하고 있다. "외교관계와 비밀유지의무에 따라 언급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검찰도 비슷한 얘길했다. "범죄인 인도는 수사 중인 사안에 해당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살인·사체손괴 등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 사실오인이 있다는 취지 등으로 상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법률적으로 잘못된 점이 없는 지를 보는 법률심이다. 사실관계를 다시 살피지 않는다. 김씨의 상고이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렇게 공범들에 대한 조사 한 번 못 해보고 '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은 매듭지어질 공산이 크다. 2019년 3월 경찰의 최초 수사 당시와 비교해 실체적 진실에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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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검찰에 넘어간 2019년 3월 당시 법무부 장관은 박상기 전 장관이었다. 이후 조국, 추미애 전 장관을 거쳐 현재는 박범계 장관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시간도 2년6개월이나 지났다.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장관님, 공범 3명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하셨습니까?"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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