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 생활 곳곳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물론 여행, 숙박 등 사람들의 이동을 주된 테마로 하고 있는 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경제상황 악화로 향후 개인과 기업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고, 적지 않은 개인이나 기업이 회생법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원통계월보(2021년 6월)에 따르면 전년도에 비해 개인파산이 조금 늘었을 뿐, 법인회생, 법인파산, 개인회생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왜 그런 것일까.
기업의 경우를 보자. 먼저 기업 자체의 적응력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998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실한 기업들은 대부분 정리되었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경기불황에 상당한 내성을 갖췄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외부적 충격이 있어도 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충분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회계감사 환경의 변화다. 기업이 법원을 통한 채무조정(회생절차)을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발부채 문제의 해결이다. 지정감사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기업이 감사인(회계사)을 선택하는 구조였다. 그 결과 감사인은 기업과 지속적인 감사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대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줄 수밖에 없었다. 감사비용 역시 정해진 기준보다 감액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감사에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감사인이 작성한 기업의 재무제표(재무상태표 등)는 신뢰성이 떨어졌다. 분식회계에 따른 우발부채가 잠복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회계감사 환경에서 우발부채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법원의 회생절차를 이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3년 전부터 회계감사 환경에 변화가 일어났다.
금융감독원이 기업의 감사인을 지정하는 지정감사와 표준감사시간(외부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감사인이 최소한 투입해야 할 감사시간 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감사대상 기업과 감사계약관계를 유지할 이유도 없고, 감사시간도 충분히 확보된 것이다. 또한 부실감사를 한 회계사들에 대해 민사책임은 물론 형사책임까지 묻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감사인의 회계감사는 엄격해졌고 그로 인해 우발부채의 부담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저금리로 인한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기업의 회계자료가 믿을 수 있게 됐고, 자금조달도 용이하게 되자 굳이 법원을 통한 채무조정(회생절차)을 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자본시장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를 보자. 최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 개인채무자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럼에도 법원의 개인회생사건 접수 건수가 늘지 않고 줄고 있다. 아직 법 개정의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점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기대만큼 늘어날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조정이 가능한 것은 담보가 없는 채무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개인들의 빚은 대부분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로 신용대출이 많지 않다. 신용카드 발급이 엄격해지면서 신용카드채무도 많지 않다. 담보대출로 인한 채무는 개인회생절차의 채무조정대상이 아니다. 결국 법원에서 채무를 조정할 수 있는 대상채무가 줄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업이나 개인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법원의 채무조정제도를 통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법원의 운용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측면에 기인한 것이다. 정부나 국회는 가계부채나 기업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할 다양하고 유연한 구조조정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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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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