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모들, SNS에 자녀 사생활 사진 게재
자는 모습, 식사하는 모습 등 각양각색…'배변 훈련' 사진도
"우리는 사생활 없나요" 수치심 토로하는 아이들
전문가 "부모가 자녀 사진 올릴 때에도 허락 받아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아이들의 사진. 일부 부모들은 자는 모습, 용변을 보는 모습 등 민감한 사생활 장면도 여과없이 등록했다.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아이들의 사진. 일부 부모들은 자는 모습, 용변을 보는 모습 등 민감한 사생활 장면도 여과없이 등록했다.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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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초등학교 6학년생인 A(13) 양은 최근 엄마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발견했다. A 양은 "아주 어린 시절 찍은 사진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것들도 있었다"며 "나한테도 사생활이 있는데, 왜 허락 없이 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자녀의 사진을 공유하는 부모가 늘면서 사생활 침해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모가 아이와의 추억을 되새길 목적으로 올린 사소한 사진이 예민한 청소년기 아동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심코 올린 자녀 사진이 디지털 성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는 자녀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강제로 사진을 게재하는 행위 또한 아동학대에 포함될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11일 온라인 지역 카페, 맘카페, 블로그 등에는 자녀 사진을 게재한 부모들의 글이 다수 발견됐다. 사진의 종류는 아이가 식사하는 모습부터 잠든 모습까지 각양각색이다. 일부 사진은 갓난아기 시절 배변훈련을 하는 모습 등 민감한 사생활이 노출되기도 했다.


일부 부모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육아 일기'를 연재하기도 한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아이가 그날 한 행동이나 육아 과정의 고충을 세세한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같은 자녀 기록에 아이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자세히 기록됐다는 데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아동의 경우, 부모가 올린 자신에 대한 과거 게시글로 인해 부끄러워 하거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네이버 지식인'에는 한 초등학생이 "엄마가 맘카페, 블로그에 허락 없이 제 사진을 올려요"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신을 13세라고 밝힌 이 초등학생은 "딸들이 확찐자(살이 확 찐 사람)가 됐다, 몸무게가 몇kg이다, 사춘기라 성격이 어떻다 등 이런 걸 (엄마가) 올리신다"라며 "그냥 사진만 올렸어도 화가 났을텐데, 부끄럽게 나온 전신 사진을 맘카페와 블로그에 올렸다. 딸들 사생활이라는 게 없나 진짜 기분이 X같아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아직 어린 나이인데 뭐 어떠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 분들도 있는데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라"며 "여러분 부모가 웃긴 별명 붙이고 얼굴 나온 이상한 사진을 올리고 키, 몸무게 등을 공개하면서 카페 회원들과 같이 비웃으면 어떻겠냐"고 꼬집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무심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자녀 사진과 구체적인 이야기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지난해 초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 돈을 받고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바 있다.


사건 당시 일부 피의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다운로드한 사진에 '딥페이크(인공지능을 이용한 합성 기술)'로 만든 이미지를 씌우는 방식으로 음란물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런 범죄에 아이의 사진이 쓰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가 무심코 올린 자녀 사진이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부모가 무심코 올린 자녀 사진이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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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엄격한 서구 국가에서는 설령 부모라 할지라도 허락 없이 자녀의 사진을 올렸을 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지난 2016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부모가 자녀의 이미지를 보호하지 못할 경우, 최대 징역 1년과 4만5000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같은해 캐나다에서는 자신의 사진을 10년 넘게 허락 없이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한 남성이 자신의 부모를 고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이 남성은 "부모가 올린 사진들은 내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아이들이 사진을 과도하게 공유하는 부모들로부터 자신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제) 부모를 고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온라인 공간에 자녀 사진을 올릴 때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아이들이 10살만 넘어도 부끄러운 게 뭔지 안다. 하물며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개인적인 사진을 올리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나"라며 "아이를 존중하는 부모라면 함부로 사진을 올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아이가 생겼다는 30대 B 씨 또한 "블로그나 맘카페에 아이 사진을 올리지 않을 예정"이라며 "아이 사진은 가족들과 함께 공유해야지, 생판 모르는 남에게 공개하면 당연히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그 사진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부모가 자녀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문상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서울지부 팀장은 "자녀에게도 엄연히 사생활이 있으며, 부모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개방된 공간에 자녀 사진을 올릴 때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며 "자녀가 너무 어려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훗날 성장한 뒤에라도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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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이의 사진을 올릴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사진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는 점이다"라며 "귀엽다고 올린 사진이 소아성애자 등 불순한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 악용당할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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