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아버지, 법정서 아들 선처 호소…"숨진 딸에게 용서 구해"
검찰 "범행 후 5일 만에 여자친구와 여행…죄책감 있는지 의문"

친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남동생 A씨가 지난 5월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친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남동생 A씨가 지난 5월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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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제 자식입니다.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하나 남은 자식이 제 품에 돌아올 수 있게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친누나를 살해한 뒤 시신을 인천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했다가 4개월 만에 붙잡힌 남동생 A(27)씨의 결심 공판에서 아버지는 아들의 선처를 호소하는 글을 읽으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의 재판장 김상우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피해자와 피고인의 부모에게도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A씨의 아버지는 법정 내 증인석에 앉아 미리 써온 호소문을 꺼내 읽었다. 그는 "지금은 저희 곁에 아무도 없는 두 남매의 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딸은 저 멀리 하늘나라에, 아들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미치고 죽을 것만 같아 세상을 등지려고 마음먹었다"며 "하지만 저 못난 아들놈을 건사할 사람도 없고, 가족공원에 혼자 외롭게 있는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그러질 못했다"고 했다.


A씨의 아버지는 "딸은 부모를 잘못 만나 고생만 하다가 꿈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동생에 의해 하늘나라로 갔다"며 "제가 살면서 자식을 위해 향을 피울지는 몰랐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착하고 성실해 말을 잘 듣던 아들이 어떻게 그런 큰일을 저질렀는지 생각하면 너무 괘씸하다"며 "사회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가족인 동시에 가해자의 가족이 된 A씨의 부모는 눈물로 아들의 선처를 호소했다. A씨 아버지는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제 자식"이라며 "물론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하나 남은 아들이 제 품에 돌아올 수 있게 선처를 부탁한다"고 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를 걱정하고 사랑해준 누나를 상대로 범행했다"며 "부모님과 주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드려 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 천번 만번 고개를 숙여 사죄해도 부족하지만, 꼭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친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남동생 A씨가 지난 4월29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친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남동생 A씨가 지난 4월29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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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날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 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흉기 끝이 부러질 정도의 강한 힘으로 누나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며 "사건 발생 후 5일 만에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는 등 범행 후 태도를 보면 일말의 죄책감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생활 태도를 지적한 누나를 살해하고도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피고인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살해된 뒤 (4개월간) 차가운 농수로 바닥에 방치된 피해자의 원한을 고려한다면 피고인을 엄벌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19일 오전 2시50분쯤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30대인 누나를 흉기로 3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누나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아 10일간 아파트 옥상 창고에 방치하다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농수로에 버렸다.


A씨는 범행 당일 누나로부터 가출과 과소비 등 행실 문제를 지적받자 언쟁을 벌이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부모가 경찰에 누나의 가출 신고를 하자 조작한 메시지를 경찰 수사관들에게 보내 속였다. A씨는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을 다른 기기에 끼운 뒤 메시지를 혼자서 주고받아 마치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몄다. 같은 방식으로 부모마저 속여 올해 4월1일 경찰에 접수된 누나의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했다.


A씨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누나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600만 원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썼고 누나의 휴대전화로 360만 원가량을 소액결제해 게임 아이템 등을 사기도 했다.


누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지난 4월21일 발견됐고, A씨는 같은 달 29일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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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2일에 열린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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