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에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격상하면서 되살아나던 우리 경제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빠르게 회복된 수출·제조업 뿐 아니라 하반기엔 소비와 내수경제도 되살리기 위해 경제 정책을 집중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 방역 정책과 상충되기 때문에 소비진작책은 불가피하게 미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5월까지 거둬들인 국세 세수는 지난해보다 4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다만 하반기 세수 전망에 대해선 신중하다. 부동산과 주식 거래가 지난해 보다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올해 추가세수로 잡힌 지난해 납부 유예분의 기저효과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정부 경제진작전략 수정 불가피
정부가 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도 적잖을 전망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제회복의 핵심으로 소비 촉진을 꼽은 바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거리두기를 최고단계로 올릴 경우 민간소비가 16%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소비쿠폰 추가발행 등을 통해 내수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차 백신 접종률이 50%가 되면 외식·체육·영화·전시·공연 쿠폰의 사용을 재개하고 프로스포츠 관람권 쿠폰을 새로 발행한다는 내용이다. 재난지원금 역시 소비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회에 제출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가운데 3분의 1 가량(약 12조원)이 소비 활성화와 관련된 예산이다.
하지만 수도권에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가 적용돼 설명회·기념식·1인 시위 이외의 집회와 행사는 물론 나이트클럽·헌팅포차·감성주점 등의 영업이 중단된다. 코로나19 핵심 방역수칙을 한 번이라도 어긴 업체에는 10일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결국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해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질수록 소비활성화로 ‘V자 반등’을 꾀하던 정부의 경제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은 통신보고서에 따르면 직전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3단계를 적용하면 민간소비는 연간 16.6%, 국내총생산(GDP)은 8% 감소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당시 기준으로 거리두기 3단계가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이후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개편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 영향받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주간 4단계로 격상하기로 한 만큼, 되살아나는 듯했던 민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것이 현실화하면 한은도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당초 시장에선 한은이 이르면 8월, 늦으면 10월 첫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오는 1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2명 이상의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면 당장 다음달인 8월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만큼 민간소비 등 경제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본 뒤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다음달 26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데, 경제전망에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상황과 정부의 소비진작 정책 등도 반영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8월 금리인상은 어려울 수 있고, 많아야 올해 내에 한 번 정도 금리인상이 가능하다. 여름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잡힌다는 가정 하에 10월, 혹은 11월 금리인상을 한다는 시나리오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금리인상 스케줄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4단계 격상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것이 지표로 확인되고, 각종 지표가 나빠진 것을 보게 되면 한은도 그 다음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굉장히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 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긴축으로 방향 전환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한데, 자영업자 충격이 크고 빚도 늘어난 상황에 정책기조를 바꾸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1~5월 국세 44조 더 거뒀지만…4차 대유행은 변수
정부가 올해 5월까지 거둬들인 국세 세수가 지난해보다 44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 및 경기회복에 따라 양도세 및 증권거래세·법인세 등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지출이 늘어나면서 나라살림은 48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폭은 줄었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세수입은 161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조6000억원 증가했다. 국세 수입이 불어난 것은 국세 3대 축인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이 모두 회복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살림살이를 뜻하는 재정수지는 자연스럽게 개선됐다.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5월 기준 20조500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0조8000억 원이나 줄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빼 실질적인 나라 살림 현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전년 대비 29조 4000억원 줄어든 4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폭은 감소했지만 국가 총부채는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올 들어 국고채를 87조7000억원이나 찍어내면서 5월 전체 국가 채무 잔액은 899조8000억 원으로 900조원 턱밑까지 접근했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 올해 국가 채무는 938조4000억 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정부는 코로나19 4차 유행이 세수입에 미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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