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1주기' 피해자 지원 공동행동 성명 "피해자 일상 복귀 아직 요원"
대대적 경찰수사 용두사미
성폭력방지법 개정안 시행
전문가들 "여가부에 조사권"
"수사 결과 고소인에 알려야"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한걸음 더 내디딘 1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공동행동은 9일 박 전 시장 사망 1주기를 맞아 낸 성명에서 "가해자의 책임 있는 인정과 사죄, 법의 정의로운 심판을 바라며 진실을 밝히고자 한 피해자의 용기는 피소 사실 유출 및 가해자 사망이라는 초유의 상황에도 지난 1년간 많은 것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 일부를 규명했고 성폭력을 묵인, 방조하는 제도와 조직문화를 시정하라고 관련 기관에 권고했으며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던 여당의 사과를 끌어낸 점 또한 되새길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죽음과 성추행 의혹을 둘러싸고 대대적으로 이뤄진 경찰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경찰은 5개월 넘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고소건과 서울시 직원들의 성추행 방임 의혹 등을 조사했으나 당사자인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모든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인권위 직권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이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이에 앞서 법원이 피해자의 또 다른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언급하며 성추행 사실이 실재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사건 이후 제도적 변화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박원순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일부개정안이 오는 13일부터 시행된다. 공공기관에서 위계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하면 기관장이나 업무담당자가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가 없는 한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기관장이 이를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즉시 통보, 3개월 내에 재발방치책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권력형 성범죄의 예방·근절을 위해서는 좀 더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성가족부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조사권이 없는 관료 조직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인권위처럼 조사권을 주거나 지자체에 전담 공무원을 두는 형태의 별도 조직을 두는 등 오히려 전반적인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성범죄의 경우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성범죄는 다른 범죄와 다르게 수사를 해주지 않으면 피해가 있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게 된다"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끝나더라도 수사 결과를 고소인에게 알려주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존중되지 않았던 구습을 타파해 합리적이고 원칙적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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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박 전 시장의 1주기 추모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당초 계획과 달리 가족들만 참여한 가운데 소규모로 진행하게 됐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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