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공백 55일…靑 부실 인사검증에 또 밀리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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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이른바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의 수장 공백이 이례적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역대 최대규모의 가계 부채를 비롯해 가상화폐 규제 등 굵직한 과제가 산적한데, 청와대가 금감원장 인선을 너무 등한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달 7일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이후 김근익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가 이날로 55일째에 돌입했다. 최흥식 전 원장과 김기식 전 원장이 각각 20일 만에 선임된 이후 가장 오랜 공석이다.

이 달 초까지만 해도 금감원장 인선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현재 하마평조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나마 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김근익 금감원 수석부원장의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정도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은성수 위원장이 후보군을 물색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금융권 인사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 김기표 청와대 전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 박인호 신임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지명 보류 등으로 인사검증 시스템으로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청와대와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금감원장 인선이 더욱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상화폐 규제·가계부채 관리 등 굵직한 과제 산적

문제는 곳곳에서 드리워지고 있는 금융 여건의 변화다. 당장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9월에는 코로나 금융지원 만료,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등 가계와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한 중·저신용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금감원의 선제적인 관리와 감독이 중요한 시점이다.


상반기로 예상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은행권 종합검사와 제재도 연기됐다. 라임펀드를 판 하나은행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도 당초 2분기 중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다음달로 순연됐다. 은행권 외환파생상품인 키코 배상도 금감원 분조위의 배상권고에 대한 자율조정이 추진되고 있었으나 윤 전 원장 퇴임으로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사모펀드 사태 관련 제재 마무리, 가상화폐 규제, 금융사 인수합병(M&A)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굵직한 과제도 표류하고 있다.


금감원장 공백으로 기민하게 대응해야 될 타이밍을 놓칠 수 있어 금융권 안팎에서는 업무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감원은 규정에 따라 대행 체제 아래 업무를 해나가겠다고 했지만 원장과 대행은 엄연히 다른 데다 수장의 부재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금감원장 공백 장기화 경우 금융감독 업무 차질 우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지금도 부처 장·차관 인사 현안을 우선적으로 보는 듯 한데, 금감원장 공백이 오래 지속될 경우 금융감독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며 "정권 말기인 점을 감안해 무난한 인물로 발탁해 서둘러 조직 안정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내부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금감원 내부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소신을 바탕으로 업무를 끌고 나갈 능력을 갖춘 금감원장 선임이 하루빨리 시급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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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당초 차기 금감원장에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손상호 전 금융연구원장,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꼽혔으나 낙점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종호 청와대 전 민정수석 등 관료 출신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으나 '9개월 시한부' 예정인 금감원장 자리를 스스로 고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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