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주의자'가 거부한 현역 입대… 대법은 어떻게 봤을까?
여호와의 증인 신도·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이어 현역 입대 거부 첫 인정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평화주의 신념'을 가진 병역 거부자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와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지만 비폭력·반전 등 개인의 신념을 이유로 현역 입대 거부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대법원은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씨는 2017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일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차별과 이분법적 성별 인식을 지양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차별과 위계로 구축된 군대 체계 및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며 병역을 거부했다. 특히 성 소수자인 정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획일적인 입시 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 문화에 반감을 느껴 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기독교에 의지하게 됐고 대학 입학 이후 사회 참여적 선교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페미니즘을 접하게 돼 스스로를 '퀴어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기도 했다. 정씨는 이를 통해 형성된 비폭력주의·반전주의 및 종교적 신념을 입대 거부 사유로 들었다. 실제 정씨는 이스라엘의 무력 침공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단체 긴급 기도회, 용산참사 문제 해결 1인 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수요시위 등에도 참여했다.
2018년 2월, 1심에서 정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달랐다. 1심과 2심 사이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병역법에 대한 판단을 새로 내려서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 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같은해 11월 대법원도 여호와의 증인 신자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 인정하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2020년 11월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무죄로 뒤집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앙과 신념이 내면 깊이 자리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병역법이 정한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 대법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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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법원은 지난 2월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을 이유로 예비군훈련과 병력동원훈련을 거부한 것이 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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