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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차별" vs "영세업체 죽는다" '5인 미만' 사업장 빠진 대체공휴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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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공휴일법'서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현행 근로기준법과 충돌 우려
"정부 안일함 쓴웃음" vs "중소기업 타격" 논란 커져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처리와 관련,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간사 등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처리와 관련,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간사 등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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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경기도 한 영세 광고업체에서 일하는 최모(30) 씨에게 대체공휴일은 '다른 나라 이야기'에 가깝다. 항상 일손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직원 전체가 철야 작업에 매달려도 마감 일정을 지키는 것조차 빠듯하다. 최 씨는 "저를 포함해 직원이 4명뿐인 작은 업체라 애초 공휴일을 꼬박꼬박 쉴 의무가 없다"며 "애초 한 명만 자리를 비워도 스케줄에 차질이 생길 지경이니 휴가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말과 겹친 공휴일을 모두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그러나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라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종 산업 규제에서 제외되는 영세 사업장이야말로 휴식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주장하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영세업체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없다는 반박도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대체공휴일법)을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겼다.


이 법안이 법사위와 오는 6월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과거 어린이날과 설·추석 등 연휴에만 적용되던 대체공휴일이 다른 모든 공휴일로 확대된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라진 빨간 날을 돌려드리겠다"며 "올해는 휴일 가뭄이라고 할 정도로 공휴일과 주말이 겹치는 날이 많아 연초부터 한숨을 쉬는 직장인들이 많았다"고 법안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 계류 중인 대체 공휴일 법안을 신속 처리하겠다"며 "대체공휴일 지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대체공휴일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해 광복절을 포함해 총 4개의 공휴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돼 '빨간 날'이 4일 늘어나는 셈이다.


이른바 '대체공휴일법'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의 직원을 고용한 영세 업체는 제외된 상태다. /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대체공휴일법'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의 직원을 고용한 영세 업체는 제외된 상태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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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체공휴일법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됐다는 데 있다. 민주당이 5인 미만 사업장을 법안에서 제외한 이유는 근로기준법과의 충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유급휴가 적용 대상이 아닌데, 만일 대체공휴일법에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시키면 두 법이 서로 충돌할 소지가 있다.


이같은 법안 내용을 두고 정치권, 노동계에서는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3일 입장을 내고 "이제는 공휴일도 빈익빈 부익부냐"라며 '국회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법안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앞서 노동계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대체공휴일 확대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고려는 이번에도 빠져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국회, 정치권, 정부의 안일함에 쓴웃음이 나온다"고 질타했다.


대체공휴일법을 문제 삼는 이들은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해 지적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 △연차휴가·생리휴가 부여 △주 52시간 근로 등 여러 의무에서 면제된다. 즉, 대기업·중견기업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영세 사업장 노동자야말로 대체공휴일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평등한 쉴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평등한 쉴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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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영계는 대체공휴일 확대가 영세업체 중소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2일 논평에서 "대체공휴일 확대의 근거를 마련하면 산업현장, 특히 중견·중소기업에 미칠 충격이 클 것"이라며 "생산위기와 고용축소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노사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대체공휴일법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서울 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20대 A 씨는 "법정 공휴일은 모든 국민이 쉬자는 취지로 제정한 날이 아닌가. 어떤 사람은 쉬고 어떤 사람은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기업 크기와 상관없이 빨간 날은 일괄 적용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회사원 B(29) 씨는 "근로기준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에서 사실상 예외 처리되는 영세 사업장이 많은데, 대부분의 안전 사고도 그런 사업장에서 일어나지 않나"라며 "이런 식으로 예외 조항을 두면 노동자들만 희생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영세 사업장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처사라는 반박도 나왔다. 자영업을 한다는 40대 C 씨는 "영세업체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 사장이 직원보다 돈을 못 버는 일도 많다"며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다 함께 조금씩 양보해서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하는데, 노동자 편의만 일방적으로 봐주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공휴일 확대로 인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이해 당사자 간 탄력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공휴일에 강제로 쉬게 되면 영세, 중소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 기업은 대부분 노동력에 의존하는 노동집약 업종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용자들도 많은 사람들은 쉬기를 원하겠지만, 추가 수당을 받고 근로하길 원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며 "휴일 확대는 영향을 받는 당사자 간 합의의 문제이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사용자와 피고용자의 경제적 선택을 제약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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