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령으로 검사 수사권 제한은 검찰청법이나 형소법 위반”
“‘말(末)부’ 형사부장만 내편 심으면 수사 컨트롤 가능해져”
“총장에 대한 사전 승인 제도화 민생범죄 사건 수사 위축시킬 것”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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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민생범죄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크게 위축될 거예요.”

“청와대나 법무부가 인사권을 통해 얼마든지 원하는 수사는 하도록, 또 원하지 않는 수사는 못 하도록 할 수 있게 된 거나 다름없는 겁니다.”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우려하는 검찰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비난이 집중됐던 일선 지방검찰청의 수사 개시에 대한 장관의 승인권 조항을 뺐지만 6대 범죄 중 고소된 경제범죄 사건 외에는 ‘말(末)부’ 형사부만 수사할 수 있게 된 데다, 그마저 검찰총장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수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마련한 이번 직제개편안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전날 법제처 심사를 완료했다. 이날 차관회의를 거쳐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공포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전날 열린 검찰인사위원회도 이번에 개정된 대통령령을 전제로 인사안을 심의했다.

인사를 앞둔 상황인 만큼 검사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진 못하고 있지만 검찰 내부는 물론 검찰 외부에서도 이번 직제개편의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먼저 검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이번 개정안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으로 남아있는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마저 제한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시행된 개정 검찰청법이나 개정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6대 범죄에 대한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없는데, 직제에 관한 하위 규정을 통해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2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현재의 직제령에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무엇을 하고, 반부패수사부는 무엇을 한다는 등 업무 분장의 방법으로 수사의 여러 가지 업무 권한이 조정돼 있다”며 “새로운 직제령도 그러한 형식을 따랐기 때문에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검사 A씨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A씨는 “물론 현재 형사1부는 명예훼손 사건을, 형사2부는 의료 사건을 전담하도록 업무 분장이 돼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일 뿐 다른 부서에서 명예훼손이나 의료 사건 수사를 못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 B씨도 “업무 분장이라는 건 그야말로 내부적 사무 편의를 위한 규정”이라며 “가령 지검에서 국회의원의 뇌물 사건이 발생했을 때 특수부에 사건이 많아 과부하 상태인데 형사1부에 수사를 잘 하는 똘똘한 검사가 있다면 지금은 얼마든지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 개시에 총장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이나 경제범죄 외에는 말부 형사부 한 곳에서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C씨는 “막말로 각 검찰청에서 부패범죄나 공직자 비리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부서의 부장검사만 내 편으로 앉히면 수사 개시 단계부터 사건을 컨트롤할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렸다”며 “게다가 총장의 승인권까지 명문 규정을 만들어 제도화했는데,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신뢰할 수 없는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고소된 경제범죄 사건 외에 모든 사건 수사를 총장이 사전에 승인하는 제도가 자칫 민생범죄 사건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 D씨는 “수사 개시를 위한 보고를 위해서는 누가 수사 대상인지, 어디를 압수수색해야 하는지 등 내용을 서면보고서를 통해 일일이 사전에 오픈해야 된다”며 “그런 측면에서 장관에 대한 사전보고나 승인이 개정안에서 빠진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선청에서 불필요한 보고까지 하게 됐다는 문제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D씨는 “가령 총장이 굳이 몰라도 되는, 관심을 갖지 않을 만한 지방공무원의 비리 사건 같은 경우 피해자 입장에서는 신속한 수사를 바라겠지만 총장의 승인이 지연돼 수사 착수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게다가 총장에 대한 보고에 앞서 각 지검에서 검사장 승인을 거쳐야 하는 만큼 검사들이 수사 착수에 소극적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사실상 검찰의 수사 권한을 축소하는 쪽으로만 제도가 바뀌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검사 E씨는 “1월부터 개정 검찰청법이 시행돼 검찰의 수사 대상이 대폭 축소됐는데, 또 다시 수사할 수 있는 부서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이미 올해 초 개정된 직제개편안에 따라 기존에 없었던 장관의 수사 승인 권한이 생겼는데, 이번에 총장의 사전 승인 제도까지 생긴다면 검찰의 수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올해 초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21조(수사를 위한 임시조직의 설치 제한 등)를 신설했다. 명칭과 형태를 불문하고 수사를 위한 임시조직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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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의 ‘김학의 출국 관련 수사팀’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방검찰청에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주요 사건을 수사할 때는 인력 충원 때문에 대부분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서 수사해야 하는데 장관의 승인이 필수요건이기 때문에, 현재도 주요 사건 수사에 대한 장관의 승인권은 사실상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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