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근무 조건에 실질적 권한 행사"
노동계 "즉각 교섭" 환영…경영계 "교섭 요구 폭증 우려"

지난해 9월23일 경기 김포 CJ대한통운 중구지사 종로 서브(SUB) 터미널에서 택배 기사들이 추석 성수기를 맞아 늘어난 택배상품을 자동분류시스템을 통해 인수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지난해 9월23일 경기 김포 CJ대한통운 중구지사 종로 서브(SUB) 터미널에서 택배 기사들이 추석 성수기를 맞아 늘어난 택배상품을 자동분류시스템을 통해 인수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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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close 증권정보 000120 KOSPI 현재가 94,800 전일대비 600 등락률 -0.63% 거래량 123,199 전일가 95,4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CJ대한통운, 1분기 매출 3조2145억원…전년 比 7.4%↑ CJ대한통운·아이허브 협력 10년…연간 물동량 10배 ↑ CJ대한통운, 중소 식품업체와 상생…물류·홍보 지원 프로젝트 진행 이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하청 업체인 대리점에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인 택배기사들에 대한 원청 택배사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2일 전국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 대해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해 3월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CJ대한통운 같은 택배사는 다수의 대리점과 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택배를 운송한다. 개별 대리점은 택배기사들과 별도의 계약을 맺어 운송 업무를 위탁한다. 원청에 해당하는 택배사는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만큼 이들의 사용자가 아니며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도 없다는 게 CJ대한통운 측의 입장이다.


반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근무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 의제로 제시한 것도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는 서브 터미널의 택배 인수 시간 단축, 주 5일제 적용, 서브 터미널 내 주차 공간 보장 등 기본적인 근무 조건에 관한 사항들이다. 대리점의 경우 대부분 영세 사업장으로, 근무 조건 개선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할 필요가 있다는 게 택배노조의 지적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 사건의 초심 판정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봤지만, 중노위는 이를 뒤집었다.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로 본 것이다.


중노위는 전날 언론 배포 자료에서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경우 주 5일제 도입 등 일부 의제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의 영향력 아래 있는 만큼 CJ대한통운이 단독 또는 대리점과 중첩으로 교섭 의무도 가진다는 게 중노위의 설명이다. 대법원도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한 적이 있다고 중노위는 설명했다.


중노위는 이번 판정을 앞두고 서브 터미널 운영 방식과 택배기사 근무 실태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했다. 계약 관계 등 형식에 못지않게 현장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 대리점, 택배노조를 대상으로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 등을 따지기 위해 수차례 심문회의를 열기도 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중노위 판정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대리점을 앞세워 노조의 정당한 교섭 요구를 거절해왔다"며 "즉각 교섭에 성실하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청 노동자의 경우 어렵게 노조를 결성해도 원청과 교섭을 못 해 근무 조건을 개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원청을 실질적인 사용자로 본 이번 판정은 의미가 크다고 택배노조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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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이번 판정이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논평에서 "유사한 취지의 교섭 요구 폭증 등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번 판정이 대법원의 판단 기준과 맞지 않고 과거 중노위 판정과도 어긋난다며 행정 소송 등 후속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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