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는 퀄컴의 주력인 5G 신기술이 유출 우려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불허한 바 있다. 미국기업 간의 거래임에도 브로드컴은 중국과 아시아계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어 퀄컴에 대한 지배는 핵심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가전, 컴퓨터 등 모든 산업에 걸쳐 반도체가 부족해 유례없는 반도체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구동칩과 같은 핵심 부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특히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인해 미국이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는 조치를 해 중국은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한편, 지난 3월25일 매그나칩 반도체 미국 본사의 주식 전량을 14억달러(1조6000억원)에 중국계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중국 사모펀드는 애초 매그나칩 인수 의사를 비쳤던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이 제시한 금액보다 몇 배의 높은 가격을 들여서라도 인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회사인 한국 매그나칩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C)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스마트폰과 TV에 적용되는 신기술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DDIC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기업으로 매그나칩의 DDIC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매그나칩 인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31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중국 매각을 통한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매각 반대 청원 글이 게시되었고 약 3만4000명이 동의했다. 또한 매그나칩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등도 이번 매각으로 인해 자사의 독보적인 기술의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하이디스 사건과 쌍용자동차 사건 등을 통해 핵심기술의 유출을 경험한 바 있다. 2000년대 초 하이닉스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전신 하이디스는 중국 BOE에 인수되었는데, 하이디스의 디스플레이 제조기술을 확보한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또한 2004년 중국 상하이기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후 국내투자는 이행하지 않고 법정관리 신청 후 철수하면서 하이브리드 기술 등 첨단기술이 유출됐다는 논란만 증폭되기도 했다.
이러한 뼈아픔 경험을 겪으면서 ‘산업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다행스럽게도 최근 인수합병을 역용하는 기술획득을 규제할 수 있도록 ‘산업기술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정비했다. 매그나칩은 OLED 패널을 작동시키는 핵심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토종기업으로 3000건 이상의 기술특허와 350여 곳의 협력업체를 갖고 있다. 정부는 중국 사모펀드에 의한 이번 인수가 우리나라가 그나마 비교우위에 있는 디스플레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하고, 미국과의 외교 안보적 관점에서도 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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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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