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의 미래 당겨보기]스마트홈이 정말 제공해야 할 가치
사람·사물 연결하는 스마트홈…가족 아닌 개인 중심
세탁기 등 백색가전 혁명…여권 신장에 기여
획기적 스마트홈 요구돼 …가사노동 완전 해방돼야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스마트홈의 모습은 무엇일까? 알람 시간 이전에 서서히 조명이 밝아지거나 커튼이 열리고 수면 리듬이 낮은 상태일 때 알람이 울린다. 인공지능(AI) 스피커에서 간단한 인사말이 나오고 침대에서 기지개를 켠다. 스피커는 잠이 덜 깬 상태면 10분 더 잔 후에 일어날지, 경쾌한 음악을 틀지 물어본다.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에서 세수와 양치질을 하면 거울이 사용자를 인식하고 피부와 눈동자, 입 안 상태를 분석한다. 발판 매트는 체중과 체지방 등을 측정하고 스마트 변기는 대소변을 분석해 신체 상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기록한다.
옷을 갈아 입기 위해 거울 앞에 서면 일정에 맞게 정장이나 캐주얼한 옷, 적절한 스카프나 장식품을 선택하도록 조언한다. 옷을 입기 전에 전신 거울 앞에서 몸 전체를 스캔해 달라고 하면 허리 둘레 등을 측정하고 신체 3D(입체) 영상을 보여주고 이전 상태와 비교해준다. 음료수 기계는 커피만이 아니라 사과를 즉석에서 갈아 음료수를 만들어준다. 섭취 음식의 종류, 양과 칼로리, 영양분이 계산돼 입력된다. 스피커가 하루 일정을 말해주고 외출을 해야 하면 교통 상황을 고려해 언제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면 좋을지 알려준다. 구독형 자율주행차를 선택하면 나가는 시간에 맞춰 문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온다.
모든 사람이 외출하면 집은 자동으로 전열 등을 차단해 저전력 대기 모드로 전환하고 보안 시스템을 작동한다. 외출에서 돌아올 때면 도착 시간에 맞춰 식구들마다 좋아하는 온도에 따라 냉온방기를 가동한다. 문은 안면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열린다. 잠자리에 누우면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잠이 들면 조명을 완전히 끈다. 침대는 자는 동안 수면 상태와 심박동 등을 체크하고, 코를 골면 매트리스 상부 각도가 자동으로 조절돼 코골이를 방지하거나 자세를 바로잡아준다.
스마트홈에 '가족' 없어…현대가정 문제 극복 못해
현재 많은 가전 및 통신업체에서 구상하거나 개발 중인 스마트홈 제품 및 서비스가 이런 종류다. 사람을 연결해주던 스마트폰에서 사람과 사물, 특히 집 안의 여러 장비들을 연결해 편리성을 높인다. 커넥티드 스마트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특히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해 건강 이상이나 질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기능이 많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런 제품과 서비스들을 들여다보면 빠진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집 안의 개인은 있는데 가족이 없다. 가족의 스마트홈이 아니고 개인의 스마트 라이프 디바이스 수준이다. 스마트홈이 추구해야 할 가치, 가족과 가정을 위한 스마트홈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 현대 가정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 스마트홈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도전이 없다.
집의 기능은 가족, 가정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집은 가족이 공간을 공유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우리 모두 자녀로 태어나 성인으로 성장하고, 직업인 또는 사회인으로 생활하다가 배우자를 만나 부부, 부모가 되고, 노인이 되는 생을 살아간다. 독립 또는 이별해 홀로 사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일생의 많은 기간을 가족과 함께하는 집에서 살게 된다. 집과 가정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양육하고, 교육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가정은 인류 역사에 등장한 여러 공동체 중 가장 오래된 공동체고 아마 가장 나중까지 지속될 공동체일 것이다. 1인가구가 증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구 형태가 되고 있지만, 가족이나 가정을 거치지 않은 1인가구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하는 가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공상과학 소설에서 그리는 공장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미래를 우리가 선택하지 않는 한이겠지만.
"가사는 여성 몫" 의식 남아있어…스마트홈이 해결해야
그러나 현대 가정은 위기에 처해 있다. 혼인을 안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혼인을 해도 자녀를 안 낳거나 이혼해 홀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외로움 속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가정을 이루고 유지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면서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보람을 느끼지 못한 영향이다. 자녀를 키우는 것이 부담이 되고, 자녀를 잘 키우지 못할 것 같아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양육과 교육 환경, 나아가 양극화된 일자리라는 사회적 환경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맞벌이 가정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었지만 농업사회의 전근대적인 의식이 남아 있어서 가사의 많은 부분을 여성이 담당하는 관습은 지속되고 있다. 의식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대량생산 시스템은 대중생활의 풍요를 가져왔다. 특히 청소기와 세탁기, 냉장고라는 백색가전 혁명은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줄여주며 여성의 사회 진출, 여권 신장이라는 역사적 기여를 했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과 AI라는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홈, 스마트시티라는 새로운 공간의 등장을 맞이하고 있다. 스마트홈이 현대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또다시 인류의 획기적인 발전을 맞이할 수 있다. 가사노동의 경감 수준이 아닌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도록 하는 스마트홈의 등장이 요구된다.
현재 스마트홈의 요리 로봇은 사람 팔과 같이 로봇 팔이 움직여 요리를 하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 공장에서 다듬어진 종류별 밀키트를 카트리지 같은 요리 기계에 넣으면 안에서 지지고 볶거나 끓여서 접시에 담아 내놓는 기계가 필요하다. 로봇 팔이 식기를 닦는 것이 아니라 식기를 싱크대에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식기세척기로 이동해 세척한 후 선반에 올려놓는 싱크대와 식기세척기, 선반이 일체화된 스마트 부엌이 필요하다. 스마트홈이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을 해결할 수 있으면 많은 현대 가정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마트홈은 지능화된 하나의 기계처럼 작동해야 한다. 나아가 새로운 방식으로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도와주는 스마트홈의 등장도 기대해 본다. 이때 우리는 진정한 스마트홈 혁명을 맞이할 것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한 스마트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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