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금액 30% 챙겼지요"…'도박사이트 총판' 창원 고교생의 슬픈 고백
'도박 사이트' 홍보로 한달 1200만원 벌어 '호화생활'
'3050 대출'로 노예생활 경험한 청소년까지 '위험노출'
경남 중·고교생 사이버 도박 위험집단 비율 '전국최고'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이버 도박 실태 조사한 결과 경남이 도박 위험군 1위로 나타났다. 도박 행위가 2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박새얀 기자] "SNS 홍보 미끼에 걸려 도박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이 회원 가입할 때 추천자의 아이디(ID)를 넣어주면, 그 사람의 베팅 금액 30%가 (추천자)통장에 꽂혀요. 그렇게 한달에 1200만원까지 벌어봤어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에서 현재 도박 치료 상담을 받고 있는 창원지역 고교 2년생 A군은 "함께 돈을 벌고 싶다며 도박사이트 홍보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까지도 사설 도박 사이트 총판을 맡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단계 홍보 방식으로 사람들을 마구 도박판으로 불러들렸던 A군은 더 늦기 전에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해 자진해서 손을 턴 다행스런 사례다.
A군과 달리 수많은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이나 돈벌이 욕심 등과 뒤섞여 '사이버 도박'에서 헤메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적절한 예방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본보 '사이버 도박에 방치된 경남지역 청소년들' 3월31일자 보도)
22일 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에 따르면 경남지역 중·고교생들이 사이버 도박에 빠지는 위험집단 비율(전체 3.9%)로 따져볼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정이다.
도박 사이트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또 다시 배팅에 걸거나, 유흥주점에 소비한다. A군은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을 통해 '도박꾼'들과 수익금을 과시하면서 고교생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호화생활'을 한때 누렸지만, 이제는 후회스런 과거로 기억하고 있다.
도박문제관리센터에 상담을 의뢰한 창원지역 고교 3년생 B군의 경우는 최근 몇년새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일명 '3050 대출'로 저 세상 문턱까지 경험한 케이스다.
'3050 대출'은 30만원을 빌리면 일주일 뒤에 50만원을 갚는 형식으로, B군의 빚은 눈덩이 불어나듯이 수개월 동안 모두 3000만원에 달했다. 그 돈을 갚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가해자들은 도박 적발을 피하기 위해 B군의 명의로 된 계좌에 도박 자금을 모아놓고 '저금통'이라고 부르며 수시로 돈을 뽑아갔다.
이 뿐만 아니라 B군은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창고에 하루 동안 감금돼 폭행을 당했고, 식당에서 일하면서 그 삯은 한푼도 없이 모두 빼앗겼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중고물품 거래사이트를 악용한 사기 행각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시내 고교 1학년 C군은 중고나라에서 전자기기·가전제품의 사진만 올린 채 물건 값을 받고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도박 빚을 갚거나 도박 자금을 마련해 왔다고 상담센터에서 털어놨다.
이들 학생들 모두 현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에서 도박 문제 관리 상담을 받고 있다. 해당 센터에서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은 올들어 현재까지 23명가량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2차 범죄에 노출되고도 한참 지난 뒤 발견됐다는 점이다. 2차 범죄를 통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기 전까지 도박 실태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도박 문제에 있어 선제적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경남의 교육 현장에선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실정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 예방 교육·홍보 담당자는 "실제 교육 현장에 나가보면 선생님들 대부분이 학생들의 도박 실태를 모르는 분위기"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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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우 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장은 "도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점, 함께 해결해줄 보호자가 없는 학생들도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결국 각 교육 현장이 학생들의 사이버 도박 실태에 더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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