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당시 소화전·방화벽 작동하지 않아
입주민들,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
제천 스포츠센터·밀양 세종병원·이천 물류창고 화재에도 여전히 사각지대 관리 미흡
전문가 "사각지대 존재 여전...안점점검 제대로 이뤄져야"

지난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반이 드론을 건물 안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반이 드론을 건물 안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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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초영 기자] 지난 10일 경기도 남양주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41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약 180여개의 점포가 소실되는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소화전과 방화벽과 같은 소방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 있던 입주민들은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건물 내 소방시설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화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법안 개정이 잇따라 이뤄졌지만 땜질식 처방으론 사고를 예방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소방법은 6층 이상의 아파트에 대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1992년 소방법이 처음 개정될 당시 16층 이상을 대상으로 했던 법안은 2005년 11층 이상으로 한 차례 수정된 후, 2018년 6층 이상으로 개정됐다. 개정이 진행되며 규제는 점차 강화됐지만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여전히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해 9명이 부상을 입은 정릉동 아파트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소방시설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인 건축물이 아니었다. 15층인 이 아파트는 2005년 법안 개정 이전에 건축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정 전 건축 허가를 받은 일부 건축물들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화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대두되었지만 스프링클러 미설치 혹은 오작동으로 인한 화재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직후 이러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화재 참사를 막고자 후속 대책으로 '범정부 화재 안전특별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별대책은 △화재안전 제도 개선 △화재 예방?대응체계 강화 △안전문화 확산 등 3개 분야에 걸쳐 227개의 개선과제를 포함했다.


화재안전 제도 개선 부문에는 건축물과 전기설비, 취약시설 등의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었다.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층간 방화구획도 3층 이상과 지하에만 적용하던 기준을 모든 층으로 확대 적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막지 못했다. 조사 결과 이천 물류센터는 냉동창고 특성상 화재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정부는 다시 한번 후속 대책으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3달이 안 된 시점인 같은해 7월 SLC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른바 땜질식 처방으로 인해 각종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처는 나오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해 4월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인명 수색 및 현장 정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4월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인명 수색 및 현장 정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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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건축법은 이같은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준공 후 10년이 지난날부터 2년마다 실시하던 정기점검은 지난해 5월 1일부로 5년 이내 최초 점검한 후 3년마다 실시토록 하고 있다. 점검 결과 중대한 결함 사항이 있을 경우 보수 및 보강 등의 조치 또한 의무다.


하지만 3000㎡ 이상의 집합건축물과 다중이용건축물을 대상으로 하기에 여전히 일부 건축물은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시의 경우 안전 점검 의무대상에서 빠져있는 소규모 일반 건축물(15층 이하 연면적 3만㎡ 미만 건축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안전점검'을 2019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전체 건축물 60만 동 가운데 88%기 이러한 소규모 민간 건축물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이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지만 건물 소유주나 관리 주체가 점검을 희망하는 경우 관할 구청에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미점검으로 인한 소방시설 미흡 건축물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안전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제천과 밀양에서 발생한 화재도 안전시설 미흡으로 초기 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던 것"이라며 "최근 지어진 건축물 대부분은 스프링클러를 구비하고 있지만 과거에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소방시설이 미흡한 경우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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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러한 건물들은 법적 제재 대상이 아니기에 여전히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고시원과 같은 정부지원대상이 아닌 경우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안전점검의 경우 법적으로 반드시 받도록 명시하고 있는 만큼 안전점검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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