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카넬, 라울 카스트로 이어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돼
美와 협력 유연한 외교 펼칠듯…경제위기 탈출 최우선 과제
19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하바나에서 진행된 쿠바 공산당 제8차 전당대회에서 미겔 디아스카넬(왼쪽) 쿠바 대통령의 당 총서기직 선출이 확정된 직후 라울 카스트로가 디아스카넬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를 이을 새 지도자로 미겔 디아스카넬이 선출됐다. 이로써 1959년 쿠바 혁명을 주도한 이후 쿠바를 지배했던 카스트로 형제가 모두 물러나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가 공식화됐다.
19일(현지시간) 쿠바 공산당은 제8차 전당대회에서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총서기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당 총서기는 공산당 체제인 쿠바에서 가장 핵심 권력으로 간주된다. 디아스카넬이 대통령직에 이어 당 총서기직까지 거머쥐면서 쿠바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쿠바는 1959년 쿠바 혁명의 주역이었던 피델 카스트로를 시작으로 2008년에는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형으로부터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넘겨받은 후 지금까지 모두 62년간 카스트로 형제의 지배력이 공고히 유지돼왔다.
앞서 라울 카스트로는 지난 16일 총서기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스트로는 "더 젊은 세대로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며 "새 지도자는 열정이 가득하고 반제국주의적 정신으로 무장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울 카스트로는 2011년부터 당 총서기직을 맡아 왔다. 현재 디아스카넬은 60세로서 89세인 라울 카스트로보다 30년 가까이 젊다.
청바지 즐겨 입는 신세대, 디아스카넬
카스트로가 차기 지도자로서 디아스카넬을 지명한 배경에는 디아스카넬이 카스트로 정신을 이어나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쿠바 혁명 이듬해인 1960년 중서부 산타클라라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부터 쿠바 공산당에 들어가며 카스트로에 가장 열정적으로 동조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20대 초반부터 쿠바 산타클라라시 공산당 청년조직에 들어갔으며 1994년 비야클라라주 당 총서기로 임명된 후 2009년에는 고등교육부 장관으로도 임명됐다.
디아스카넬이 쿠바 혁명 이후에 태어나 사실상 포스트 쿠바 혁명 세대로도 불리는 만큼 카스트로보다 온건 성향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바에서 사실상 금기어인 비틀스 음악을 좋아하고 청바지도 즐겨 입는 그는 카스트로 시대 이후 신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알려졌다. 군 장성 출신이자 평상시에도 군복을 즐겨 입는 카스트로와 달리 디아스카넬은 의무 복무기간에만 군 생활을 한 것도 대조되는 모습이다. 19일 전당대회에서 군복 입은 카스트로가 양복 입은 디아스카넬의 손을 들어보인 장면도 이러한 대조점을 잘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아스카넬은 미국과 협력할 여지도 열어놓으면서 보다 더 유연한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디아스카넬은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승리 연설을 한 직후인 11월8일 트윗을 통해 "미국 시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쿠바와 미국 간 건설적인 양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 위기 등 과제 놓여 있어
하지만 디아스카넬에게 놓여진 과제는 결코 쉽지 않다. 반 세기 넘게 이어온 사회주의 정책은 국가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앞으로의 경제 성장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쿠바 정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쿠바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연합(UN) 중남미경제위원회가 예측한 2020년 중남미 지역 평균 경제성장률 7.7% 역성장보다 더 큰 폭으로 경제가 수축한 것이다.
이 밖에도 미 백악관이 쿠바 문제가 외교 의제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밝힌 것도 디아스카넬에게 있어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 노력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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