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탁류청론은 사회적으로 찬반이 격렬한 주제에 대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분석과 진단을 실은 칼럼입니다. 이번 주제는 인플레이션 관련입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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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국면 진입 여부와 관련된 논쟁이 뜨겁다. 해외 공급측면에서 보면 유가와 원자재 및 곡물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50달러를 하회하다가 지난해 4분기 들어 점차 상승하더니 최근 7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원자재 중 니켈 구리 가격 등이 지난 2월말 고점을 찍은 후 다소 하락했지만 전년동기 대비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3월 1일 기준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 4월에 비해 85.4%, 콩은 72.2% 상승했고, 밀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40% 상승했다.


미국의 1조9000억달러 상당의 경기 부양책과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에 따른 빠른 경기회복 기대감 등 총수요 측면도 인플레이션 압박 요소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0.5% 상승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2월, 전년동기 대비 1.1% 상승했지만 이는 주로 국내산 농축산물 가격이 16.2% 상승한 데 기인한 것으로, 해외 원자재 등의 가격상승 여파가 전면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급이나 수요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들이 산재돼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전면화되기 위해서는 공급측면에서의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가속화되거나, 경기가 빠르게 회복돼 과열단계에 진입돼야 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의 시발점이 된 원유, 구리 등의 가격은 2월말 정점을 찍은 이후 다소 하락하고 있고, 곡물가격도 현재도 높은 가격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치솟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현재 경기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들이 대체로 에너지의 대량 소모를 요구하지 않는 분야이기에 비용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그리 높다 할 수 없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최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좀 있지만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 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어 물가상승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고인플레이션으로 진행되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총수요 진작이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거대 부양자금이 시중에 전면적으로 풀리고 경제가 코로나 이전상태로 충분히 회복돼 과열수준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경보음이 울릴 정도는 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라 볼 수 없다. 또 최근 미국의 금리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긴 하다. 이 역시 궁극적으로 총수요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역으로 억제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부동산과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주가지수가 기록을 경신하는 등 저금리에 기초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최근엔 실물시장과 유리돼 폭등한 자산시장의 버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의 상승기조 전환과 환율의 변동성 증가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 걱정에 앞서 과거 2년간 급등했던 자산 가격의 붕괴 위험에 대비하는 게 더 시급하다. 원유 원자재 곡물 등 주요 품목의 수급 불균형은 예의주시하고 대응해야 하지만, 부분적 가격상승 현상을 전면적 인플레이션 국면 진입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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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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