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쿼드 플러스, 역발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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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글로벌 동맹 강화에 나서고 있다. 2월 말 주요 7개국(G7) 회의와 뮌헨 안보회의에서 유럽 국가들과의 동맹 복원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2일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쿼드 정상회의를 최초로 개최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 중심의 동맹을 강조하는 쿼드는 선언문을 통해 공동의 비전 증진과 평화와 번영 보장에 전념하는 생각이 같은 파트너들의 유연한 그룹이라는 점을 밝혔다. 선언문에 중국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다.


쿼드 플러스 참여 요청을 받은 한국 정부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최근 "투명성·개방성·포용성 등의 국제규범을 지킨다면 어떤 지역 협력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름 우리 정부의 원칙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외교적 수사로 비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쿼드가 실질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선언문 어디에도 중국을 배제한다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다. 따라서 쿼드가 배타적 지역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포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17일 한국을 방문해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직접 거론하며 "중국이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정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강압적인 방법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티베트와 신장에서 인권침해를 자행하며, 북한 정권은 자국민의 인권을 광범위하게 유린하고 있다"고 했다. 상당히 직설적이지만 ‘인권’ ‘안보’ ‘민주주의’ 등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가치를 강조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쿼드의 목표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참여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쿼드 플러스 참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오히려 중국의 더 큰 압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쿼드가 어떤 형태로 확대될지 확실치 않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정상회담으로 격상시켰기 때문에 최소한 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과의 정기적 만남이 가능해진다.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통로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신남방 정책의 핵심축인 인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으로 언급하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과거 미국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가치가 크게 낮아졌다. 경제적으로도 미국 중심의 ‘클린 네트워크 이니셔티브’를 통한 디지털 경제 블록 강화, 주요 기술기업들이 참여한 ‘넥스트G(6G)얼라이언스’ 출범,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결성, 인공지능(AI)과 같은 ‘민감기술 보호를 위한 다자 간 행동(MAST)’ 등에서 소외될 경우 미래 성장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07년 창설됐다가 1년도 못 가 흐지부지된 쿼드는 중국의 위협이 커지면서 2017년 아베 신조 일본 정권 주도로 부활했다. 재탄생한 쿼드가 반중 성향임에도 중국의 보복은 없었다. 오히려 일본과 호주에 경제 교류 확대를 요구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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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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