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측 "블라인드 게시자, LH 직원 아닐 가능성 높아"
전문가 "불공정에 대한 대중 분노…우리 사회 신뢰 떨어뜨려"

사진은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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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잊히겠죠.", "LH 직원은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일부 직원들의 적반하장 식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를 통해 투기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직원은 비속어를 써가며 "공부 못해서 (LH)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아 조리돌림 한다" 등의 조롱 섞인 망언을 해 파문이 일었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청년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분노를 넘어 상대적 박탈감과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는 청년층의 분노가 결국 불공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해당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가입과 글 작성이 가능한 익명 커뮤니티다.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쓴이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물 흐르듯 지나갈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신도시 부지를 매입) 해놨는데 어떻게 (투기 증거를) 찾겠는가"라고 적었다.


이어 "(국민들이) 아무리 화낸다고 하더라도 난 열심히 차명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편하게 다닐 것"이라며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다. 부러우면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지"라고 비꼬았다. 끝으로 그는 "공부 못해서 (LH에)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한다. 극혐(극히 혐오스러움)"이라고 했다.


LH 직원들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일에는 투기 의혹에 분노한 농민들이 LH 경남 진주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와 기자 회견을 열자 한 직원은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린다"면서 '개꿀'(너무 좋다는 뜻의 비속어)이라며 비아냥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LH 투기 의혹을 옹호하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LH 투기 의혹을 옹호하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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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 LH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내 집 마련'을 꿈꿔온 20·30세대는 이번 사태로 인해 박탈감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직장인 정모(28)씨는 "LH 사태를 보면서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이제는 허탈한 감정이 든다. 결국 투기 안 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만 바보 된 거다"라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LH 직원들이 딱히 반성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련이 있는 자들은 모두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직장인 오모(26)씨도 "불합리한 세상이다. 성실히 노력하면 언젠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년들의 꿈을 앗아간 것과 다름없다"라며 "이때까지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4일에도 '블라인드'에는 투기 의혹을 두둔하는 글들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특히 이날은 LH가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날이었다.


LH 직원은 이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느냐"며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1만명 넘는 직원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걸렸을 수도 있는데 무조건 내부정보 악용한 것 마냥 시끌시끌하다"며 "막말로 다른 공기업·공무원 등 공직 쪽에 종사하는 직원 중 광명 쪽에 땅 산 사람 한 명 없겠냐"고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LH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블라인드 게시자는 현직 LH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블라인드 운영 구조상 현직 외에도 파면·해임·퇴직자의 계정이 유지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임직원들은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해당 글과 달리 LH 전 직원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철저한 조사와 혐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재발방지대책의 신속한 시행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는 불공정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결국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LH 사태와 관련해 "정보를 가지고 있는 권력자들이 권력을 휘두른 것이다. 즉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자리임에도 권위를 권력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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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번 사태로 인해 일반 사람들은 땅을 살 기회마저 줄어들었다. 이런 것에 대한 반발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다. 우리 사회에 정의나 공정성 등이 없어지니까 결국 신뢰할 수 없는 사회가 돼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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