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vs. 꼼꼼하게" 손실보상제 딜레마
"우선 대출해주고 뒤에 차등 상환" vs. "금융 질서 교란 행위 안돼"
소급적용, 반대 의견 다수 "형편 따르지만, 포퓰리즘 반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여행업생존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소상공인들이 여행업 종사자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시간 너무 끌면 피해는 누적, 불만은 더 커진다. 빨리 시행하자". "졸속처리 안돼. 늦더라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우선 대출해주고 피해규모 따라 차등 상환하게 하자".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손실보상제 시행을 두고 한국 사회가 딜레마에 빠졌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당은 손실보상제 관련 법안 발의를 서두르고 있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면서 여당과 보폭을 달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시행시기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손실보상의 대상·기준·규모·절차 등의 법적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정부와 협의를 거쳐 도출된 당정 합의안"이란 여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정부는 손실보상제 시행에 대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는 이달 말경 용역 결과가 나오면, 세부 사안에 대한 논의를 거쳐 4월중 정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 모두 손실보상 소급 적용은 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4차 재난지원금으론 영업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다. 하루라도 빨리 손실보상을 시행해달라"면서 "영세자영업자 83.5%가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필요하다고 하는데도 정부와 여당이 소급 적용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했다.
야당 일부 의원들도 "정부와 여당은 재난지원금 만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실보상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손실보상을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절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이정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간을 너무 끌면 피해는 누적되고, 불만은 더 커진다. 그렇다고 졸속으로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상황이 다급한 만큼 선제적으로 정책금융으로 대출을 해주고, 나중에 피해규모를 산정해 차등 상환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책 금융으로 대출 기간을 연장해주거나 이자를 감면해주는 가능하지만, 상환 금액을 차등하는 것은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모두가 처음 가는 길인 만큼 조금 늦더라도 신중하게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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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급 적용 여부와 관련, 이 교수는 "현실적 문제, 즉 재정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감당할 수 있을 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예산이 있다면 소급 적용이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면서 "다만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데도 정치적 요인에 의한 포퓰리즘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두 사람 모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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