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푸틴의 왕좌를 위협하는 나발니...'경제난'이 키운 혁명가
법학도 출신 사업가의 변신...'푸틴 저격수'로 유명세
국제유가와 함께 요동치는 푸틴 지지율...20년 독재 '흔들'
극우주의자로서 확장성 한계...다른 야권세력들 연계 고심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에서는 영하 15도의 강추위와 60㎝가 넘는 폭설에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사진) 지지자 수백 명이 모여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긴 흰색 리본을 손에 함께 잡고 줄을 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수감된 나발니를 비롯한 정치범, 독일로 피신한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 등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러시아의 야당 정치인 나발니의 석방 문제가 러시아 내부의 정치적 문제에서 국제적 외교 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러시아 당국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러시아 정부는 ‘블로거 나발니’란 명칭으로 그의 인기를 폄하하고 있지만 그는 명실공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0년 독재 체제에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2000년부터 갑자기 정치에 입문해 ‘푸틴 저격수’로 떠오른 나발니의 인기 배후는 러시아 사회가 안고 있는 뿌리 깊은 부패 문제와 석유자원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가 함께 도사린다는 분석에서 나온다.
◇ 명문대학 법학도에서 푸틴의 저격수로
모스크바타임스 등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는 구소련 해체 전인 1976년,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 인근에서 태어난 우크라이나계 러시아인이다. 이후 러시아의 명문대학으로 불리는 모스크바의 인민우호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변호사가 된 뒤에는 모스크바 금융대학교에서 금융학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한동안 변호사이자 기업가로 경제활동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것은 2000년부터였다. 수차례 창업을 시도했다가 파산한 그는 러시아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인맥이 기업활동을 크게 저해시키는 것에 불만을 갖게 됐다고 알려졌다. 나발니는 이를 타파하겠다는 목적으로 러시아의 사회주의 정당인 ‘야블로코’에 입당해 정부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블로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 야블로코에서 나와 독자적 정치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기부금을 모아 행동주의 펀드를 조성했다. 나발니는 이 펀드를 이용해 러시아 국영 석유·가스기업들의 회계자료 등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회계 부정과 정부와의 유착관계 등을 파헤쳐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됐다.
◇ 유가급락에 1900만명이 절대빈곤… 푸틴 지지율 흔들
나발니가 러시아의 주요 반정부 인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2013년 9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27%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한 이후부터였다. 당시 선거에서 푸틴 대통령이 지목한 세르게이 소비아닌은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가 예상됐지만 나발니의 선전으로 51%에 그쳤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를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나발니가 푸틴의 대항마로 떠오른 것은 러시아의 경제난과 관련이 깊다. 2014년 9월 100달러 선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3개월도 안돼 50~60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수출에서 석유·가스의 비중은 46%를 기록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 국가 재정의 40% 이상이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경제구조로 인해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러시아의 대외 신인도가 함께 하락해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러시아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감소에도 소비자물가가 정부 목표치인 4%를 초과한 5.2%를 기록했던 것도 유가 하락 여파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이후 러시아의 빈곤율은 13~14%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약 1900만명의 러시아 국민이 절대빈곤 선상에 놓여 있다.
◇ 나발니 ‘극우’ 성향이 변수..."외국인 노동자 뽑아버려야"
러시아 내외에서 나발니의 인지도가 높아지며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그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다음 러시아 대선이 열릴 2024년에 그가 확실한 푸틴의 대항마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던 나발니의 극우 성향이 확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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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에 따르면 2007년 나발니는 인터넷 방송에서 러시아 내 피부색이 다른 카프카스 지역 사람들을 비판하며 "카프카스 지역 출신 군인들은 바퀴벌레" "바퀴벌레는 슬리퍼로 밟아 죽여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어 2011년에는 인터넷 방송에서 치과의사로 분장한 채 외국인 노동자들을 충치에 비유하며 "러시아의 뿌리가 썩지 않도록 전부 뽑아버려야 한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이로 인해 오는 9월 러시아 의회 총선을 앞두고 반푸틴 연대 세력을 구축하려고 하는 러시아 내 사회주의 정당과 공산당 등 야권 세력들도 그와의 연대를 선뜻 지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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