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000만원" vs "범죄자가 무슨" 구치소 확진자, 국가 상대 손배소 논란
재소자 4명, 법무부 상대 손배소...1인당 1000만원씩 청구
인권위 "어떤 조건에 있든 차별없이 보호돼야"
전문가 "수감자 역시 국민,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 있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서울 동부구치소 재소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재소자들이 감염병 확진 등 이유로 소송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국가가 방역 실패를 인정하는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데, 국민 세금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치소에 있는 이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반면 수감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이 있는 만큼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는 수감자들 역시 국민이고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6일 동부구치소 수용자 4명은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천만 원씩 총 4천만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장을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수용자 마스크 미지급 △확진자·일반 수용자 격리조치 미흡 △구치소 내 과밀수용 방치를 주요 소송 청구 사유로 들었다.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에 대한 코로나19 확진은 지난해 11월27일 확인됐다. 교정당국은 과밀 수용으로 감염 전파 위험이 클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일제검사만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최초 확진자와 접촉한 292명에 대해서만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첫 전수검사는 12월18일에 실시됐고, 전날(6일)까지 6차례에 걸친 전수검사에서 1118명이 확진됐다. 또한, 수백 명이 확진되고 난 이후에서야 방역당국, 지방자치단체 등과 회의를 열었다. 결국, 초기 대응 미흡으로 인해 1000명이 넘는 대규모 감염 피해로 이어졌다.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살려주세요',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편지 외부 발송 금지' 등의 내용을 종이에 써서 창문을 통해 외부에 알리기도 했다.
교정당국도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과정에서 안일한 초기 대응이 화를 키웠음을 시인했다.
김재술 법무부 의료과장은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밀접접촉자를 1인 1실로 격리하는 것이 맞지만 당시 구치소의 초과밀 상태 등으로 밀접 접촉자들에 대한 혼거수용이 불가피했다"며 "검사 분석결과를 보면 대부분 접촉자 그룹에서 50%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불가피한 밀접 접촉에 의한 감염이 계속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집단감염 발생 초기 접촉자 분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을 시인했다.
이후 교정당국은 동부구치소의 수용 밀도를 낮추기 위해 수용자들을 총 5차례 이송했다. 그 결과 2292명이던 수용 인원은 지난 5일 오후 9시 기준 1320명까지 줄어들어 수용 밀도는 63.7%로 낮아졌다. 전국 교정시설에 대한 전수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 치료를 위해 전담병원도 서울·경북·강원 각 5곳씩 15곳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중대본과 법무부는 이날 교정시설 관련 방역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마스크를 하루 1매 지급하고, 직원들에 대해 주 1회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추가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점검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재소자 소송을 두고 일부에서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수용된 이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정당국이 초기 대응이 미흡했을지라도 현재는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김모(28) 씨는 "죄를 지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반성은커녕 이런 소송을 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무부나 방역당국에서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냐"며 "교도소가 아닌 구치소라 할지라도 좋은 일로 들어간 건 아니지 않나.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비록 범죄 혐의로 구치소에 있지만 정부는 이들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누리꾼은 "구치소는 죄가 확정되지 않은 무고한 사람도 있는 곳이다. 죄를 지었다 해도 국가는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국가의 조치 미흡으로 재소자들이 피해를 당하였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가위권위원회도 교정시설 관련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중대 재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6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법무부가 긴급 대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교정시설 수용자 가족들이 낸 진정이 우리 위원회에 접수되고 있다"며 "어떤 조건에 있든 그 사람의 생명과 건강은 차별 없이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교정당국과 방역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교정 시설 관련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구치소 수용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구치소발 확산세를 막기 위해 수감자들에 대한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신속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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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은 코로나19에 언제 걸릴지 몰라 절규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감자들 역시 국민이고 인권이 제약된 상태이므로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범죄를 저질렀든 안 저질렀든, 국민이기 때문에 국가는 보호할 의무가 있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 방역, 의료 등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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