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들여다보니

급증한 빚 부실화 가능성 확대
대출증가속도 조절 필요 지적
가계부채도 중장기위험 증가 분석

韓銀의 부채경고…"존속가능 기업 선별지원" 첫 언급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은행이 24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는 올 들어 세 차례 나왔던 보고서 내용과는 결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유동성 공급의 정책 효과가 있었다"거나 "손실 발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무게를 뒀지만, 이번엔 급격히 증가한 부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담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통화와 재정정책 지원이 무한대로 이뤄질 수는 없는 만큼, 선제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장기 존속 가능성 높은 기업 선별적 지원"

한은의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2배가 넘는 민간부채를 경고하면서 언급한 '선별적 지원'이다. 한은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안보고서에서 '선별적 지원'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는 정부와 한은의 지원을 통해 생존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한은은 빠르게 늘어난 빚이 부실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봤다. 따라서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함과 동시에 타깃에 대한 선별적 지원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완화적 금융지원 조치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금융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지원 조치를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업황 개선 속도 등에 맞춰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는 한편, 존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선별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기조 변화는 내년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완화되고, 기업 매출도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배경으로 한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은 3.0%다. 이 경우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 현상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금융지원이 계속되고, 내년 중 기업 실적이 회복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내년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은 2.5% 수준일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부족 규모도 6000억원으로 올해 연간 예상치(1조4000억원)보다 줄어든다. 이민규 한은 안정분석팀장은 "기업 매출이 회복되고, 금융지원도 그대로 유지되면 유동성 버퍼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팀장은 한꺼번에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돼 내년까지 기업 매출이 축소되는 비관적 상황에선 부족한 유동성이 4조2000억원까지 늘 수 있어서다. 이 경우 금융지원까지 중단되면 부족한 유동성은 7조7000억원까지 늘 수 있다. 전체 기업의 7.0%가 유동성 악화를 겪게 된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 존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미만)은 전체 기업의 42.4%까지 늘었다. 이런 현상이 3년 이상 지속되면 한계기업으로 전락한다.


10명 중 2명, 소득 대비 부채 3배 넘어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한은은 중장기적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선 데 대한 우려가 담겼다. 한은 분석결과 전체 차주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는 3분기 말 평균 225.9%를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8.4%포인트 올랐다. 부채 규모가 평균적으로 소득의 2.26배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다. 소득 대비 부채 규모가 3배를 넘는 비중도 23.6%에 달했다.

AD

현재까진 가계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진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와 금융권이 대출 만기를 지속적으로 연장하고 대출 금리 역시 하락한 덕분이다. 3분기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은 35.7%로, 2019년 말(39.6%) 이후 하락세를 보여 이 같은 대책의 '약발'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신용, 저소득인 취약 차주ㆍ60대 이상의 상환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엄격한 거시 건전성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