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관련 좌담회, 정인교 인하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관련 좌담회, 정인교 인하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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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수출 등 사업 환경의 변화에 대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5.3%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절대 다수의 기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식의 일방주의 통상 정책 지양 등을 기대하면서도 미·중 갈등과 자국 우선주의 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캐서린 타이 미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내정됨에 따라 미국발 대외 통상 환경이 더 험악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평소 공격적인 통상 정책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통상 정책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규칙에 입각한 국제무역 등 원론적인 입장을 언급했던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쩍 늘고 있다. 브루킹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와 국내외 통상 분야 모임에서 바이든 대통령하의 미국이 WTO의 위상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약화된 국제무역 체제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과연 미국이 그럴까.

지난 8월20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밝힌 WTO 개혁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합의된 각 회원국의 관세율 체계를 새로 설정하고, 개도국에 대한 우대조치(S&D) 개정, 상소기구 역할 재규정, 인근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WTO 개혁이 아니라 새로운 무역 체제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굳어지던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를 제안하면서 미국은 국제적 공공재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발전할 수 있도록 자국의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이 다자무역 체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던 미국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WTO에 대해 라이트하이저 대표만 이런 인식을 갖고 있진 않을 것이다. 미국 조야의 요구사항을 종합해 밝힌 메시지일 것이고,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여온 민주당의 입장과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당적을 떠나 WTO를 살려야 한다는 의회 의원을 찾기 어렵다.


미 의회 조세무역위원회는 수시로 USTR 대표나 통상 정책 담당자를 불러 통상 정책 현안에 대해 협의하거나 소관 위원회의 입장을 전달한다. 미 헌법 1조에 명시된 의회의 통상 정책 권한에 근거한다. 소관 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역할도 클 수밖에 없다. 현 수석전문위원인 타이 내정자가 앞으로 미 통상 정책을 이끌어나갈 텐데, WTO에 대한 입장이 바뀔 것 같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서 공약한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생산'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보다 강력한 국내 조달 정책을 시사한다. 해외로 나가는 오프쇼어링 기업에 대해선 30.8%의 징벌세 부과로 불이익을 주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기업에는 세제상의 특혜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안보 조항(232조) 발동에서 봤듯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기획됐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됐다. 대한상의의 조사 결과처럼 수출 환경이 개선되긴 어렵다.


미국은 강력한 리쇼어링과 국내 조달 강화를 위해 통상 분야 조치를 발동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4년간 발동된 조치들은 WTO 규범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반대로 WTO 상소기구 위원이 충원되지 않았다. 기능이 중지된 상소기구 때문에 WTO에 분쟁을 제기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미국이 WTO 규범을 의식하지 않고 자국 우선주의 조치를 발동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바이든 행정부 역시 WTO 무시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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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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