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서 인수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제가 맞출 부분도 있어"
경영권 방어·메가캐리어 건설 이면…경영실패시 경영권 상실도 가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고 조양호 회장를 대신해 공로패를 전달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고 조양호 회장를 대신해 공로패를 전달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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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산업은행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제가 맞춰야 하는 기준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세계 7위 규모의 메가캐리어(초대형항공사)가 등장하게 됐지만 정작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양날의 칼'을 쥐게 됐다. KDB산업은행이 특혜 논란을 의식한 듯 한진그룹측에 인수 지원의 요건으로 '7대 의무'란 엄격한 조건을 제시해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산은이 투자합의서를 통해 부과한 7대 의무는 ▲산업은행의 사외이사 3인, 감사위원 선임권 ▲주요경영사항 사전협의권 및 동의권 준수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경영평가위원회의 경영평가 협조 ▲인수 후 기업통합(PMI) 계획 수립 및 이행 책임 ▲투자합의서 위반 시 위약금 5000억원 등 손해배상 ▲대한항공 주식에 대한 담보제공과 처분 제한 등이다.


이같은 조건은 이번 인수전을 둘러싼 특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진칼에 8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지급하면 산은이 10.7% 가량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캐스팅보트로 떠오르는 까닭이다. 조 회장으로선 산은과의 이번 인수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는 한편 세계 수위권의 항공그룹을 건설할 수 있게 되는 대신 경영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 셈이다.

당장 산은은 이번 합의에 따라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권, 사전협의 및 동의권을 통해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게 됐다. 합의 이행을 조건으로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설정하고, 위반시 5000억원의 위약금을 설정한 것도 조 회장을 위협하는 요소다.


산은 역시 조 회장이 양사 통합에 실패할 경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조 회장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제가 앞으로 (당국으로부터) 경영평가(의 대상이) 된다. 제가 맞춰야 하는 기준도 있다"면서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산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을 아꼈다.


한진일가의 각종 갑질 논란, 남매의 난(亂) 등을 염두에 둔 윤리경영위원회도 견제장치 중 하나다. 조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가족 간 갈등해소는) 앞으로 계속 해야 할 문제"라면서 "지금도 가족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앞으로도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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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안팎에선 향후 조 회장이 마주해야 할 상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당장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전체 부채 규모가 10조원 이상 급증하는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쉽사리 해결될 상황이 아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에 성공할 경우 대형 항공그룹을 일궈낼 수 있겠지만, 실패할 경우엔 일순간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는 "대형화는 추세지만, 현 상황에서 구조조정 없이 체질 개선이 가능할 진 의문"이라고 짚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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