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상담부터 약정까지 정책자금 지원절차 비대면化"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인터뷰
신속한 지원 위해 온라인 상담 확대
스마트공장·인력양성·사후관리 일괄지원
도산 前 회생 위한 '선제적 자율구조개선'도
"상담부터 약정까지 정책자금 지원 절차의 비대면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비대면화는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사진)이 취임 이후 중점 추진한 사업 중 하나다. 비대면 시스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코로나19 시대, 자칫 지원이 늦으면 가능성이 높은 기업도 속절없이 주저앉을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자금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취임한 김 이사장은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장을 누비며 이를 실감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은 신속한 지원을 위해 온라인 상담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평가 체계도 도입된다. 이후에는 방문 약정을 생략한 비대면 약정 체결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또 현장 실사 직원에게 전결권을 부여해 신속한 지원 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앰뷸런스맨 제도'와 대면 심사를 생략하는 '패스트트랙' 등으로 기업이 평가에 따른 부담을 덜 받으면서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빠르게 지원받도록 했다.
그렇게 김 이사장은 흔들리는 기업들의 버팀목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의 디딤돌로 코로나19 상황을 헤치고 취임 6개월을 보냈다. 이 시간에는 유례 없는 어려움을 겪은 중소벤처 기업들이 위기를 딛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까지 중진공의 역할과 앞으로 해야 할 과제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김 이사장은 "기업들의 코로나 극복을 돕고 그 이후에는 비대면 등의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혁신 성장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중소기업 지원 대표 기관으로서 중진공이 할 일과 이를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김 이사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면서 중진공의 정책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중진공은 전통 제조업을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은 코로나로 인해 시설 투자는 쉽지 않지만 운전 자금은 필요한 상황이다. 시설 자금의 수요는 줄었지만 운전 자금은 늘어 이를 다시 배분해 적시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규정을 바꿔야 했다. 중진공은 당초 1000억원 규모인 긴급경영안정자금 예산을 추경과 네 차례 기금운영계획 변경을 통해 총 1조3000억원까지 증액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집합금지 또는 집합제한 등의 조치로 영업활동에 제한을 받는 고위험시설 운영 중소기업에 대해 4차 추경을 통해 증액된 긴급경영안정자금 3000억원 중 1000억원을 별도로 배정했다.
-수요자인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중진공의 정책자금 문턱이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단기 유동성 위기기업이 재무적인 이유로 정책자금 신청단계에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 두 가지를 만들었다. 하나는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 방식 심의 제도'다. 신청기업이 보유기술의 독창성과 차별성, 시장 규모와 성장성, 매출 성장성을 직접 설명하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심사위원단이 평가해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부채비율 초과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지원 평가에서 탈락해도 재평가 받을 수 있게 '제3자 재평가 구제제도'도 도입했다. 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이렇게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정책 자금의 역할도 이런 가능성 있는 기업들이 단계별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또 사업의 종류도 수요자인 기업들의 접근이 더 쉽도록 줄일 예정이다. 칸막이가 있으니 조건이 까다로워 기업들이 자금을 사용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포괄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중기 분야 디지털 전환도 중요하다. 중진공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선 중진공 지원사업의 디지털화를 위해 정책자금 지원 절차의 비대면화가 추진되고 있다. 수출 마케팅 지원에서도 빅데이터·AI 기반 비대면 체계 구축으로 수출전략 제시에서 성과창출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게 된다. 온라인 수출 플랫폼 고비즈코리아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통해 전략제공, 바이어 매칭, 현지 판매까지 수출 지원이 고도화되는 것이다. 상담이나 평가 등도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돼 수출 애로기업의 접근성이 강화되고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력양성·일자리창출 사업도 온라인 연수, 디지털 취업 매칭 등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지원체계로 전환된다. 강의자·연수생 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 연수가 도입되고 기업인력애로센터를 통한 중소벤처기업과 구직청년의 취업매칭 시 AI 면접시스템 등 디지털 기반 취업지원이 강화된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스마트공장 등 제조혁신분야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다.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제조혁신을 위해 스마트공장 도입부터 전문 인력 양성 및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일괄 지원할 계획이다.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과 구축기업에 대한 후속지원 강화를 위해 제조현장 스마트화 전용 자금을 확대하고 있다. 또 스마트공장 배움터를 추가로 구축해 설비제어·생산정보, 빅데이터 등 스마트공장 관련 기술 습득이 가능한 생산기반의 실습 교육장을 전국화해 운영할 예정이다. 온라인 이론학습과 대면 실습학습, 개별 기업 문제해결 프로젝트 등 장기심화과정를 통해 스마트제조 분야 전문인력을 2022년까지 6만명 양성할 방침이다.
-내년 역점을 두고 있는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크게 보면 중소기업의 재도약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우선 기업들의 재기를 지원해야 한다. 도산 전 단계에서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제적 자율구조개선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다. 이는 중진공과 채권은행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강제 절차 전 중소벤처기업 맞춤형으로 경영정상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구조조정 제도에선 도산할 가능성이 높았던 기업들도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재무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기관 협력을 통해 유동성 공급, 채무조정, 금리인하 등 금융지원을 일괄 검토하게 된다. 지난달 기준으로 기업은행과 함께 25개 기업을 발굴했고 16개사를 대상으로 지원대상 선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선 올해 10개사를 지원하는 게 목표다.
지역 산업 육성은 특히 내년에 역점을 두고 해야 한다. 우선 지역 특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전용 펀드를 만들어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또 'K-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성장 분야 중소벤처기업을 연간 100개씩 총 300개를 발굴, 지역의 대표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취임 후 현장 행보가 눈에 띈다.
▲현장을 자주 찾는 이유는, 현장에서는 언제 중진공의 지원이 필요한지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자금, 수출지원, 인력양성, 창업·기술 등 다양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기업들이 지원이 필요한 시점을 놓치고 하다 하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 찾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진공이 기업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 지원 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를 기업들이 잘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것이다. 기업과의 접점에 있는 중진공 직원들을 찾아 기업들의 입장에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중진공 조직 발전을 위해 임기 동안 어떻게 이끌어 나갈 예정인가?
▲중진공의 최대 강점은 전국 단위 32개 현장조직을 통해 지난 41년간 현장 중소벤처기업과 함께 하며 쌓아온 정책집행 노하우와 지역산업동향, 기업현황, 지원정보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것이다. 다만, 기업 중심의 개별적 사업 집행에 집중돼 있어 지역별, 업종별 중소벤처기업의 공통된 애로사항에 맞는 지원정책은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다. 다소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업별 지원을 동시적, 순차적으로 연계해 지원할 수 있는 '이어달리기 방식 지원 체계'를 구축해 중진공만의 강점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또 전국 단위 현장조직의 장점을 살려 지자체, 대학, 유관기관 협업을 적극 추진해 지역별 특화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지역의 경제활력과 혁신을 이끌어 나가겠다.
대담 = 김민진 중기벤처부장 enter@asiae.co.kr
정리 =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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