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 넘은' 국민연금 가이드라인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제도 도입이 또다시 논란을 낳고 있다. 국민연금은 다음 달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투자기업 이사회에 경영권 승계 방안 공개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한 경영진의 방어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도입을 추진 중이다.
2018년 7월 도입된 주주활동의 대원칙인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 원칙)와 지난해 말 기금위에서 통과된 이사해임ㆍ선임을 포함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의 연장 선상이다. 앞서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 등이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렸다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세부 행동을 구체적으로 담은 지침의 성격을 띤다.
가이드라인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사회가 구체적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 마련 및 공개 △적대적 기업 인수 등에 전환사채 발행 등 자본구조 변경, M&A 등의 수단을 경영진을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 금지 등이다.
재계에서는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한 제도 추진 방향은 이해한다면서도 경영권 승계 및 적대적 M&A 시도 등과 관련된 경영권 방어 같은 경영 활동에 대해 너무 깊게 영향력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현행 자본시장법과 상법 등에서 요구하는 정보 공개 수준을 벗어나는 과도한 경영 개입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움직임은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283곳에 이른다. 10% 이상을 가진 상장사도 91곳이다. 일반 원칙은 권장 사항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대주주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국민연금의 말을 거스르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국민연금이 너무 세밀하게 기업 경영에 간섭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연금사회주의'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이번 행보로 소액주주들의 주주권이 높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게 특정 집단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은 최종 목표가 될 수 없다. 싸워야 할 대상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흐리는 갑질과 전횡을 일삼는 기업 집단이지, 선량한 모든 기업의 구성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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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주주, 경영자, 종업원, 채권자 등 모두가 일방적 희생을 강요받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권리가 공존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머릿속은 주주들의 권리 확보에만 너무 치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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