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촌' 개봉
'미투' 오달수 2년9개월만 공식석상

[리뷰]'이웃사촌' 오달수 연기에 웃고 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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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연이은 '미투'(나도 당했다, Me Too) 폭로 성 추문으로 은둔해온 오달수가 2년 9개월 만에 기자들 앞에 나섰다. '미투' 가해자 지목 당시 촬영 중이던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의 개봉을 위해서였다.


2018년 2월 전 세계 영화계에는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 숨은 피해자들은 서로의 목소리에 힘을 얻어 "나도 당했다"고 외쳤다. 용기 낸 호소에 대중은 귀 기울였고 지목된 가해자들은 여론 재판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대중에 의해 유죄가 내려진 다수 배우, 영화감독 등은 활동을 접고 조용히 칩거해야 했다.

오달수는 '미투' 지목 당시 처음엔 아니라며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후 피해 폭로가 줄줄이 이어지자 입장을 바꿨다. 한 연극배우가 방송에서 얼굴까지 공개하며 피해를 이야기하자 "부도덕의 소치"라며 활동을 중단했다.


통상적으로 '미투' 사건은 공식 수사가 불가하다. 대부분 오래전에 벌어진 일을 마음에 담아오다가 용기를 내 꺼낸 사건이기에 증거도, 증인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렇기에 법의 재판을 받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달수도 마찬가지. 경찰은 증인, 증거 등을 토대로 한 객관적 수사가 불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1993년 사건이라 혐의를 입증한다 해도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 '수사 종결' 처분을 내렸다.


'수사 종결'은 무죄의 뜻은 아니다. 경찰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일 뿐,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조차 없기에 수사를 끝낼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우리는 오달수가 정말 잘못을 한 것인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인지 알지 못한다. 물론 역으로 보면 피해자의 증언도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피해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물밀듯이 쏟아지는 복귀 보도를 보며 어디선가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오달수에 관해 작성하는 기사 역시 2차 가해일지 모른다는 가책을 지울 수 없다. '이웃사촌'을 보는 내내 그랬다.


'이웃사촌은 1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개봉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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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영화 속 오달수의 비중은 상당하다. 그는 대권의 도청타깃이 된 이웃사촌 의식을 연기한다. 의식은 강제로 자택격리를 당하게 되는 대권 주자. 극 중 설정은 자연스럽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지혜로운 정치인으로 등장한다. 정우의 이름이 맨 앞에 나오지만 사실상 오달수가 원톱 주인공이다.


그래서일까. 온전히 의식에 몰입하긴 힘들었다. 그가 따스한 웃음을 짓거나 선행을 펼치는 모습을 통해 마냥 웃고 울기 힘들었다. 과속방지턱에 걸리듯 웃음과 감동 모두 제동이 걸리며 몰입을 방해했다.


영화만 놓고 보더라도 흥미롭지 않다. 올드한 연출의 동어반복이 이어진다. 뻔한 캐릭터에 낡은 스토리도 아쉽다. 이러한 탓에 1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관객에게 설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감초 조연으로의 매력을 뺀 오달수도 낯설다. 계속해서 어질고 인자한 얼굴을 보이지만 어색하다.


기자간담회에서 이환경 감독은 "오달수가 라면 같다. 언제든 질리지 않는 배우"라며 굳은 신뢰를 보였지만 그가 자숙하는 동안 영화의 완성도에 좀 더 신경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개봉을 서두른 영화도 아니거늘, 극 후반 늘어지는 전개와 2% 부족한 완성도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오달수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현장에 함께 자리한 배우들은 그를 극찬하거나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독려했지만, 기자간담회장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영화는 베일을 벗었고, '이웃사촌'은 곧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오달수는 영화 개봉과 동시에 소생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곧 재기할 것이고 충무로에서는 다시 그를 기용할 것이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많은 사람이 그의 복귀를 도울 것이다.


이로써 또 한 명의 영화배우가 성 추문으로 얼룩진 과거를 묻고, 2년 9개월 만에 복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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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틀빅픽처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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